[가로지르기]‘한국의 통일·경쟁력’ 조언하는 美·獨 전문가들
매체명 : 경향신문   게재일 : 2009-07-02   조회수 : 5301
최근 탈북자(새터민)의 남한사회 통합 체험을 서술하고 이들의 한국 통합을 위한 제언을 담은 책 <북한 이탈 주민 리포트: 먼저 온 미래>와 국가브랜드 향상 전략에 관한 책 <글로벌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국가 브랜드의 전략적 관리>가 출간됐다. <북한 이탈 주민 리포트>는 독일의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KAS: Konrad Adenauer Stiftung) 서울사무소 대표인 마르크 치멕(Marc Ziemek)이 기획-편집했고, 국가 브랜드에 관한 책은 템플 대학교(미국 필라델피아, 1884년 개교) 일본 캠퍼스(도쿄, 1980년대 창설)의 경영학과 교수인 키쓰 디니(Keith Dinnie)가 지난해 쓴 <국가 브랜딩(Nation Branding)>을 번역-출간한 것이다. <탈북자 리포트>는 영문판(North Korean Refugee Report)도 동시에 나왔다. 필자는 이들 책 출간을 계기로 두 사람을 따로 만나 보았다.

“새터민 잘 포용해야 평화통일 도움”
‘북한 이탈 주민…’ 펴낸 독일인 마르크 치멕

-<북한 이탈 주민 리포트>를 출간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 책은 탈북자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알리고 동시에 한반도 통일시 어떻게 북한 주민들을 한국 사회에 통합할 수 있는지 지혜를 모으려는 것입니다. 저는 탈북자들의 성공적인 통합이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탈북자가 늘어남에 따라 이들의 통합을 위한 조치가 시급히 요청됩니다. 한반도 통일도 독일 통일처럼 갑자기 올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 책을 냈습니다.”

-새터민들의 남한 통합이 왜 중요합니까.

“통독의 전례에서 보듯이 통일 20년이 된 요즘에도 많은 독일인들의 마음에는 여전히 장벽이 남아 있습니다. 이런 장애를 가능한 한 미리 극복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독일인들은 통일 전 수십년에 걸쳐 수백만명의 동독 탈출자들을 통합시킨 경험이 있습니다. 독일인들은 엄청난 통일 비용과 충격을 예상하면서도 이 같은 통합 경험을 통해 통일의 두려움을 극복했습니다. 한국내 새터민을 성공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미래 한반도 통일에 대비해 한국 사회의 관대함(open-mindedness)을 함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새터민들은 앞으로 몰려올 탈북자들을 위한 중재자와 선험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들이 남한 사회에 충분히 통합되면 민주적인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자산이 되고 평화로운 통일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귀하는 그 동안 새터민을 위해 어떤 일을 했습니까.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은 2006년부터 한국의 파트너 조직과 함께 ‘스승 프로그램(mentor program)’과 정치 교육을 통해 탈북자의 통합을 지원했습니다. 이번 출간은 스승 프로그램의 성공에 기인합니다. 2007년부터 열린사회시민연합은 이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새터민을 ‘제자(mentee)’로, 프로그램 참여를 자원한 남한 대학생들을 ‘스승(mentor)’으로 인연을 맺어 새터민의 남한 통합을 돕는 것입니다. 이들 남한 학생 스승은 형님(오빠)이나 언니(누나)로 새터민 청소년들의 일상적 공부를 지도하거나 상급학교 진학 준비를 도와 주었습니다. 중요한 점은 그들이 새터민 청소년들에게 남한의 생활에 적응시키고 민주사회의 자유와 의무를 가르친 것입니다.”

-어떤 성과가 있었습니까.

“스승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200여개 팀의 ‘스승·제자’가 짜여져 있습니다. 이들 팀은 새터민들에게 남한 사회에서 유일한 신뢰의 끈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스승·제자 팀들은 참가자들의 거주지 인근에서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으며, 일부의 ‘스승’들은 탈북자 교육장인 하나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스승들의 일부는 몇 년에 걸쳐 새터민과 관계를 지속합니다. 이것은 스승·제자 관계가 지속되고 이에 따라 여러 어려움이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줍니다. 처음엔 의무감으로 스승 역할을 하던 자원자들은 차츰 태도를 바꿔 새터민들에게 진지한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책에 나타난 탈북자의 체험과 그들의 통합 방안에 관해 얘기해 주십시오.

“책의 앞부분은 탈북자들이 익명으로 탈북 원인, 과정, 한국 사회 적응의 어려움 등을 직접 쓰고 있습니다. 그들의 체험이 생생하게 서술돼 있습니다. 새터민들은 통합 프로그램 참여에 관한 개인적 경험을 쓰고 있으며 남북한 사람 사이의 이해 증진과 한반도 통일을 위한 비전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새터민 기고자들은 여러 연령대에 걸쳐 있고, 서로 사회적 배경도 다르며, 한국에서 보낸 기간도 상이합니다. 따라서 기고자들의 글은 매우 흥미롭고 통합 과정의 난제들을 잘 보여줍니다. 책의 뒷부분은 한국의 전문가들이 탈북자의 남한 통합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하면 문제 없이 통합될지 등에 관해 쓰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는 책입니다. ”

■마르크 치멕 대표

2006년 6월 서울사무소 대표로 부임했다.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고교시절 2년을 한국에서 보냈다. 그의 아버지는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의 한국 대표로 5년간 근무했다. 치멕은 올 한 해 동안 독일 연방 60주년(1949~2009년),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1989~2009년), 2030년 한반도의 미래 등을 주제로 한 서적들을 연이어 출간할 계획이다.


“국가브랜드 민·관·언 힘 합쳐야 향상”
‘글로벌 브랜드…’ 펴낸 미국학자 키쓰 디니

-한국은 국가 브랜드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다고 평가합니까.

“한국은 정부가 국가 이미지 개선에 정책적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한국은 삼성·LG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존재하는데도 국가 브랜드가 별로 높지 않은 매우 특이한(unique) 상황에 있습니다. 한국은 태권도 홍보, 한류 확산, 장학금으로 외국 유학생 유치하기, 개도국에 대한 지원 강화, 관광 진흥, 국내 거주 외국인들에 대한 좋은 대접, 한국인을 글로벌 시민으로 키우기 등 방법으로 국가 브랜드를 높일 수 있을 겁니다. 국가 브랜드 개선을 위해서는 지속적 열의가 있어야 하고 정부·기업·미디어가 힘을 합쳐야 합니다.”

-국가 브랜드 개선에 관한 외국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십시오.

“영국의 경우 한동안 축구 관객들의 훌리거니즘(hooliganism)이 국가 이미지를 훼손시켰습니다. 외국 미디어가 이것을 크게 보도했기 때문에 국가 이미지가 나빠졌습니다. 그러나 영국은 해외 문화원을 통해 영어와 영국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일본의 몇몇 대학에 ‘공자 연구원’을 설치했으나 별로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가 이미지 개선 활동은 강화될 것입니다. 프랑스는 수년 전부터 ‘새로운 프랑스(The New France)’라는 기치를 내걸고 파이낸셜 타임스, 닛케이, 한델스블라트 등 다양한 외국 미디어에 광고를 싣고 있습니다. 옥외 광고판, 포털 사이트(www.thenewfrance.com) 등을 통해 ‘프랑스는 진지하다(France means business)’라는 이미지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경우 민간인이 정부·외교관들에 앞서 ‘브랜드 스페인(Brand Spain)’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한국 국회에서 국회의원이 해머를 휘두르는 장면이 뉴욕타임스의 1면에 보도됐습니다. 국가 브랜드에 나쁜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이런 보도를 하는 해외 미디어를 어떻게 해야 합니까.

“ ‘미디어는 나쁜 소식을 전함으로써 번성한다(Media thrive on bad news)’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보도를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보도에 대해 항의나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을 겁니다.”

-국가 브랜드 향상을 위한 방법을 제시해 주십시오.

“번역된 책 해외에 보내기(book diplomacy), 음식이나 음악 등 알리기 같은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특히 음식이나 음악은 사람이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특이한 강점을 갖습니다. 태국은 여러 해 전부터 자국 음식을 인증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도 런던과 도쿄에 자국의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가 브랜드를 수치로 측정할 수 있습니까.

“저는 지수를 만들어 국가 브랜드를 측정하는 방법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가 브랜드를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이스트-웨스트 커뮤니케이션스’와 같은 회사들도 있습니다.” (필자가 이스트-웨스트 커뮤니케이션스의 토머스 크롬웰 사장과 가진 인터뷰는 경향신문 2008년 10월20일자 W7면 가로지르기에 실려 있다.)

얼마 전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이사장 최정화 외대교수)이 외국인 여론 주도층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의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는 한국 음식을 널리 알려야 한다”거나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도록 하려면 문화 유적지 관광을 해외에 홍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제주도에서 지난달 초 열린 한국·아세안 정상회담에서 한식과 한국술이 제공된 것은 국가 홍보의 일부였다고 생각된다.

<설원태 선임기자 solw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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