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경향]감시와 처벌  
매체명 : 경향신문   게재일 : 2009-06-02   조회수 : 5123
ㆍ권력의 정체와 전략을 파헤치다

감옥의 죄수들은 하루 24시간 중 30분의 자유시간을 갖는데 우리 어린이들은 365일 중 어린이날 하루만 휴가를 허락받는다는 내용의 신문 만평을 본 적이 있다. 과장된 측면도 있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서글픈 현실이다. 우리 어린이들이 학교와 학원이라는 감옥 아닌 감옥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이 같은 고발은 미셸 푸코의 저작 <감시와 처벌>(나남출판)이 지적하는 내용과 상통한다.

모든 학생이 대규모로 학교에 수용돼 똑같이 ‘중앙’에서 틀에 찍어 공급하는 사유 체계를 답습해야 하고, 모든 성년 초기의 남성이 군대에 수용돼 왜곡된 군사문화에 젖은 채 사회로 나와야 하는 현재의 상황은 자연스러운 보편성에 근거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푸코는 이것이 감옥을 정점으로 하는 근대 국가권력의 감시·통제·관리 체계의 산물이라고 책에서 지적한다. 이어 감옥과 감시의 체제를 통한 권력의 정체와 전략을 파헤친다.

작금의 상황은 나라 전체가 거대한 감옥이 되어버린 형국이다. 정권은 감옥의 간수장이 되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려고만 한다. 소통은 없고 지시와 감시만 있을 뿐이다. 광장조차 경찰버스로 장벽을 둘러 감옥을 만들어 버렸다. 감옥에서 근무하는 교도관들은 그들도 함께 갇힌 처지라고 하소연한다.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려 드는 권력은 스스로를 감옥 안에 가두는 자가당착을 범하는 것이다. ‘컨테이너 감옥’에서 절실하게 경험한 사실이다. 이 답답한 감옥의 높은 장벽을 견디지 못해, 또 그것을 허물고자 마침내 한 사람이 몸을 던졌다. 감옥 안에 있으면서도 통제와 감시에 무덤덤한 우리들에게 푸코의 책은 그 통제의 체계를 인식하고 허무는 일에 나설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정승환 고려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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