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은 금병매 아류작이 아니다"
매체명 : 연합뉴스   게재일 : 2009-07-09   조회수 : 5939
최용철ㆍ고민희 교수 정본 완역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오는 11-13일 중국 산둥성 펑라이(蓬萊)에서는 베이징에 본부를 둔 홍루몽연구소와 중국홍루몽학회가 공동 주최하는 2009 국제홍루몽학술대회가 개최된다.

이 자리에는 고려대 중어중문학과 동문이자, 홍루몽(紅樓夢)을 연구하는 이른바 홍학(紅學) 동지이기도 한 최용철(56) 고려대 중어중문학과 교수와 고민희(53) 한림대 중국학과 교수가 참석해 조촐한 행사를 갖는다.

그들 자신이 2000년 이후 9년을 투자한 결실인 한국어 완역본 홍루몽(전6권.나남 펴냄)을 중국홍루몽학회에 기증하게 되는 것이다.

삼국지연의나 수호지가 대표하는 명나라 4대 기서에 견주어 5대 기서로 분류되기도 하는 홍루몽은 청나라 때인 18세기 중엽 조설근(曹雪芹)의 손에서 나온 80회 분량의 원본에다가 나중에 고악(高鄂)이라는 사람이 40회를 덧보태어 지금과 같은 120회 분량을 완성한다.

이 중 조설근 작은 최용철 교수가, 그리고 고악 작품은 고민희 교수가 맡아 홍루몽의 진정한 국내 최초 완역본을 최근 완성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홍루몽을 표방한 시중의 많은 책은 완역본이 아니란 것일까?
최 교수는 "아니다"고 말한다.

그에 의하면 홍루몽 번역본은 70년대 이전에 나온 것과 90년대 이후 판본의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고 한다. 전자는 일본어 번역을 다시 옮기거나, 줄인 것이 대부분이며, 후자는 중국 조선족 번역가들이 작업한 까닭에 우리 독자들이 읽기에 상당한 부담감을 준다는 것이다.

나아가 두 부류 모두 원전과 번역 수준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최 교수는 지적한다.

다시 말해, 그 무수한 홍루몽 판본 중에서 무엇을 근거로 번역을 했는지를 밝히지 않는 것은 물론, 이 분야 직업적 연구자가 아닌 까닭에 번역에 오류가 너무 많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루몽의 한국어 번역 수준이 원래 이렇지는 않았다.

최 교수는 "삼국지연의가 누린 인기에 비할 수는 없지만, 홍루몽은 출간 직후 조선에도 수입되고, 1884년 무렵에는 역관인 이종태를 비롯한 사람들에 의해 완역이 이뤄지는데 이것이야말로 세계 최초의 외국어 완역본"이라는 것이다.

최ㆍ고 두 교수는 이번 완역본을 준비하면서 그 저본으로 원작자 조설근이 생전에 남긴 원전으로서 가장 분량이 많은 이른바 경진본(庚辰本)을 근거로 한 새로운 교감본인 중국 홍루몽연구소의 신교감본을 삼았다.

이전에 국내에 선보인 홍루몽 판본 중에서 최 교수는 소설가 조성기씨가 낸 홍루몽(민음사.1997)을 매우 비판적으로 평가한다.

최 교수는 "홍루몽이라고 하면 국내에서는 대뜸 노골적 성 묘사가 전편을 관통하는 금병매의 아류작쯤으로 생각하는데, 그 뿌리가 조성기씨의 홍루몽에 있다고 할 수 있다"면서 "홍루몽에 금병매와 같은 노골적인 성적 묘사가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소설을 전개해 가는 전체 과정에서 불가결하게 등장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홍루몽이 갖은 의미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최 교수는 "홍루몽을 읽지 않으면 중국의 봉건사회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한 마오쩌둥의 말과 "홍루몽이 나타난 이후로 전통소설의 모든 사상과 작법이 타파되었다"는 루쉰의 언급을 상기한다.

그만큼 홍루몽은 문화사적으로는 중국문화의 정수를 담은 백과사전이자 중국정신을 대표하는 보고이면서 중국 문학사에서는 혁명을 일으킨 작품이라는 뜻이다.

최 교수는 "한국에서 삼국지연의가 누리는 인기에 중국인들이 놀라지만, 그에 비해 홍루몽은 그런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 사실을 알고는 또 놀란다"고 말했다.

이는 홍루몽이 여전히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전통소설이라는 의미다.

예컨대 중국 베이징TV가 2006년 50부작 드라마 홍루몽 제작을 준비하면서 남자주인공 가보옥(賈寶玉) 역과 여주인공 임대옥(林黛玉) 역을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결과, 각각 4만5천명과 1만2천명이 지원한 현상이 홍루몽의 위상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꿈이라는 은유를 통해 인생의 허무함을 절절한 심정으로 노래한 홍루몽을 읽는다는 것은 중국을 아는 지름길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각권 1만4천원, 세트 전질 8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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