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판산업, 살리는 길은 무엇인가?”
매체명 : 독서신문   게재일 : 2009-06-20   조회수 : 5166
출판계 불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국내 출판계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다.

2008년 하반기 한국출판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한국 출판사의 절반이 넘는 71%가 현재의 상황이 심각하고, 72%가 전년보다 매출액이 줄었다고 답했다. 도서발행부수 역시 전년도에 비해 -19.6% 줄었고, 매출액은 정체 상태다.

이는 경기가 악화되고 주가가 폭락하면 여기저기서 호들갑을 떨고 들고일어나는 현실과 비교해 보면 사람들은 지금 출판산업의 현실을 지나치게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좋은 책이 좋은 생각을 낳고, 좋은 사회로 발전하는 밑거름이 된다는 관점에서 출판의 위기는 생각과 사회, 민주 시민의 위기 · 후퇴로 이어지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러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민병욱)는 지난 17일 를 가졌다.

간윤위는 이번 세미나를 “한국 출판산업 활성화를 위한 각계의 의견을 귀담아 듣기 위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는 이용준 대진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조상호 나남출판사 대표,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손수호 국민일보 논설위원, 표정훈 출판 평론가를 초청해 주제발표와 토론, 질의 응답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발표자들의 발언을 정리한 것이다.

■한국도 출판진흥기구 만들어야
주제발표를 맡은 이용준 교수는 출판산업의 위기를 극복할 방안은 출판진흥기구의 출범이라고 결론지었다. 해리포터와 같은 베스트셀러가 지속적으로 나오지 않는 이상, 선진국과 같이 법과 제도를 바꿔 문자·활자매체를 장기적이고 종합적으로 발전시킬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출판진흥을 총괄할 추진주체를 만들어 출판과 관련된 업무를 원스톱 서비스로 일원화시키고, 효율적인 관리와 지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부적으로는 ‘콘텐츠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우수한 국내 출판콘텐츠 육성 ▲원소스멀티유즈(OSMU) 기반한 출판물 제작 ▲소비자·독자 조사 실시를 언급했다. ‘도서 소비 증대 방안’으로는 ▲도서 소비 증대 ▲해외수출 활성화를 ‘산업 기반 조성 방안’으로는 ▲대대적 독서운동 ▲체계적 출판전문인력 양성 ▲도서정가제 강화를 들었다.

■출판 종사자는 자존심을 확인해야
조상호 나남출판사 대표는 “지금은 우리 출판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자존심을 재확인해야 할 때”라면서 “열린 사상의 공간을 주유(周遊)하며, 사회의 흐름을 꿰뚫어 보는 형안(炯眼)을 절차탁마(切磋琢磨)하며, 비즈니스맨으로서도 가장 첨단의 마케팅 기법으로 무장한 그런 무서운 집단”이라고 출판업계의 존재감을 표현했다. 더불어 저작권에 대한 인식 고취와 인문학 중심의 대학 교육을 통해 엘리트를 키워내고 이 엘리트들이 자발적으로 출판집단에 동참하려는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상력은 책을 통해서만 가능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정보를 얻는 능력’은 누구나 쉽게 취득할 수 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개인에게 아무런 장점도 되지 않는다”면서 “새로운 인간형은 남다른 상상력을 발휘하는 사람인데 그런 상상력은 책을 통해서만 키워진다”면서 책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부각시켰다.또한 저자의 입장에서는 일반 독자가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대중 교양서를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유통에서는 온·오프라인이 함께 살 수 있는 유통의 원칙을 정립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공공도서관에서 많은 도서를 구입하고 비치해 독자들이 쉽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약성 극복해야 인재 몰려
손수호 국민일보 논설위원은 출판 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방안을 생산과 유통, 소비단계로 나눠 쟁점화 했다.

출판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출판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질 것과 출판사의 고유 브랜드 가치를 유지해야 하고, 출판계가 독서 진흥을 위한 각종 단체들의 활동에 제 3자의 방관자적 입장에 있음을 비판하고, 전자책 시장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소비자의 입장에서 노인을 위한 도서 틈새시장이 부족하고 도서 가격이 비싸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출판 산업의 취약성을 극복해야 인재가 몰려든다고 말했다.

■공적·제도적 여건 확충 필요
마지막 주제 토론자인 표정훈 출판 평론가는 이용준 교수의 주제발표 내용을 세부적인 측면에서 들여다봤다.

표정훈 평론가는 독서 진흥 차원의 독서 환경 및 실태 조사, 산업으로서 출판 통계자료 축적, 국내 저자의 우수 저작물 육성을 위해 제도적 지원 장치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도서 소비 증대 방안으로 나온 도서관 확충 제안에 대해서는 중앙 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성과를 평가하거나 예산을 교부할 때, 도서관 확충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을 것을 제안했고, “해외 수출을 위해 한국번역진흥원의 조직 및 예산 개편과정에서 출판 현장의 현실과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출판산업의 현실에서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관계자가 모여 문제 해결을 모색한 점에서 이번 세미나는 그 의의가 깊다. 문자·활자의 부흥에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한 출판 관계자는 “범국민적이고 정부의 공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시민과 정부가 빠진 이번 세미나에서 나온 제도적, 정책적 대안들이 얼마나 현실화 될 것인지는 미지수다”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췄다.

<강인해 기자> toward2030@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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