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13.05.24>카를 로젠크란츠 ‘추의 미학’
작성일 : 2013-05-27   조회수 : 2696
[명저 새로 읽기]카를 로젠크란츠 ‘추의 미학’

‘윤창중 스캔들’이 미적으로도 추한 이유

19세기 철학자 로젠크란츠의 이 책은 추(醜)를 ‘아름다움에 대한 학문’, 곧 미학(美學)의 대상으로 도입했다. 어떤 것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에 답을 구하는 미학에, 어떤 것을 ‘추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그는 비대칭, 부조화, 하찮음, 연약함, 비천함, 조야함, 졸렬함, 구역질나는 것, 추악함, 역겨움 등의 범주로 구성된 추의 체계를 제시하는데, 이는 작품, 사건 또는 행위의 추를 분석하는 개념적 도구가 된다.

헤겔의 영향을 받은 고전주의적 인간관을 전제한다는 점이 고답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추의 분석에는 여전히 유효하다. 예를 들어 이 개념들을 통해 우리는 윤창중 스캔들이 윤리적으로 ‘부도덕’할 뿐 아니라, 미적으로도 ‘추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제한과 한계에 맞서 자유를 실현시킬 때 영혼의 “숭고한 위대함”이 드러난다면, “실존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전혀 필연적이지 않은 곳에서” 스스로를 한계지을 때 사람은 ‘하찮아’진다. 실존적 자유가 아니라 “우연적이고 제한적이며 하찮고 이기적인 동기”에 따라 행하는 영혼은 ‘비천’하다. 공직의 지위를 개인적 권위를 위해 남용하고, 기자회견이라는 공적 자리를 추행 사실을 부인하는데 이용한 그의 태도는 ‘하찮고’ ‘비천한’, ‘천박함’의 추를 보여준다.

그의 성추행이 설사 술에 의한 것이라 해도, ‘추하다’는 판단을 면할 순 없다. 그 반대다. “술취함은 그것이 인간의 자유를 향상시키고…그를 협소하게 만드는 한계를 제거하는 한 사랑스럽게 보일 수” 있지만, “인간에게 모든 의식을 빼앗는 정도에 도달하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추해진다. 왜냐하면…인간을 동물에 근접시키는 인격적 자유의 몰락은 단지 추하게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턴 여학생을 술자리와 호텔방에 불러들일 때 그는 대통령 대변인이라는 막강한 힘을 남용했는데, 이는 ‘조야함’의 범주에 속하는 ‘난폭함’이다. “난폭함은 조야하다. 왜냐하면 난폭함은 폭력적 자의로, 그러므로 잔인하게 자유에 대항하고 이런 행위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폭력이 그의 잔인함에서 고려될수록 탐닉이 그의 희열에서 정교해질수록 그것들은 더 잔인해지고… 미적으로는 더욱 추해진다.… 난폭함은 약자에 대한 강자의 힘, 여자에 대한 남자의 힘, 아이에 대한 성인의 힘, 병자에 대한 건강한 자의 힘, 포로에 대한 자유인의 힘, 무기없는 자에 대한 무기 소지자의 힘,…을 오용하는 것이다. 이기심에서 약자에게 힘의 우위를 과시하는 강제는 천인공노할 난폭함이다.”

인턴에게 벌거벗은 모습을 보여준, 우릴 경악하게 한 그의 행위는, 인간의 “부끄러움을 의도적으로 손상케 하는” “음탕함이라는 천박함”에 해당된다. “왜냐하면 이것은 후안무치하기 때문이다. 부끄러움은 성스럽고 아름답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자연을 넘어서는 정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자연은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고…동물은 부끄러움을 타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과 자연과의 상이성을 알면서 부끄러움을 탄다. 음탕함은 부끄러움을 의도적으로 손상케 하는 데 본질이 있다.”

이 스캔들에 대해 대다수 국민은 ‘이해가 안된다’는 지적 판단보다는 ‘역겹다’는 감성적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이해가 안된다’, ‘부조리하다’에는 그래도 어떤 “지적요소”가 있어 사람들의 비판적 관심을 끌지만 역겨움은 “우리의 감각을 분노하게 만들고 우리를 절대적으로 밀쳐낸다”. 윤창중 스캔들이 이렇게 빨리 우리 관심에서 멀어지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김남시 | 이화여대 조형예술학부 교수>

입력 : 2013-05-24 19:21:53ㅣ수정 : 2013-05-24 19: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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