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철 "기자하며 취재한 속내 소설로 털어놓았죠"
매체명 : 한국일보   게재일 : 2010-08-08   조회수 : 4132
언론인 출신 소설가 고승철(54ㆍ사진)씨가 두 번째 장편소설 <은빛까마귀>(나남 발행)를 냈다. 그는 고유라는 필명으로 쓴 장편 <서재필 광야에 서다>(2008)로 제1회 디지털작가상(팩션 부문)을 받으며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은빛까마귀>는 장기 집권을 꾀하는 대통령과 그의 음모를 파헤치는 신참 여기자의 이야기다. 작가의 27년 기자 생활 경험이 소설에 사실감을 더한다.

대통령 김시몽은 운동권에서 정치 검사로, 이미지 정치인으로 거듭 탈바꿈하며 최고 권좌에 오른 인물. 계속된 실정으로 인기가 떨어진 그는 심복들과 함께 영구 집권을 위한 두 가지 비밀 사업을 추진한다. 독일 보수주의 법학자와 노벨문학상을 받은 인도 시인의 이름을 각각 딴 칼 슈미트 및 타고르 작전이 그것. 전자는 개헌을 통해 대통령 연임 제한 규정을 없애려는 것이고, 후자는 얼치기 시인인 김시몽이 노벨상을 받게끔 세계 문단을 상대로 한 공작을 벌이려는 것이다.

청와대의 음모를 눈치 챈 신입 신문기자 시현은 끈질긴 취재를 통해 이를 특종 보도한다. 김시몽은 시현과 그녀를 돕는 은오산공동체 사람들을 안가로 납치한다. 그는 급기야 내국인과 외국인 이주자가 함께 조화로운 다문화 공동체를 일구던 은오산 마을에 불을 지르는 만행을 저지른다. 하지만 폐허가 된 그곳에서 날아오르는 은빛 까마귀는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회를 향한 뭇사람들의 염원이 언제나 계속될 것임을 상징한다.

"한국에서는 흔히 진실을 감추려 거짓말을 하는 것을 소설 쓴다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진실을 추구하는 소설 본연의 가치를 모르고 하는 실언이다. 소설은 가공의 진실이다"라는 고씨는 "<은빛 까마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내가 언론인 생활에서 만난 숱한 취재원의 분신이며, 이 아바타들은 현실에서는 감추었던 속내를 소설에서는 훌훌 털어놓는다"고 말했다.

2010.08.08 한국일보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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