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와 언론에 대한 생생한 증언”
매체명 : 기자협회보   게재일 : 2009-02-20   조회수 : 5350
26일 오후 프레스센터서 봉정식
1980년대 군사 독재시절, 죽비 같은 칼럼과 통렬한 자기반성으로 독자들과 언론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기자 김중배. 그의 기자생활 50년을 조망한 책 대기자 김중배 신문기자 50년이 후배들의 노력으로 세상에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책은 최학래 전 한겨레 사장, 엄기영 MBC 사장, 조상호 나남출판사 대표 등 언론계 후배들이 뜻을 모아 엮은 기념집이다.

우여곡절이 많았다.김중배 기자가 "쓸데없는 짓"이라며 출간을 끝까지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후배들은 그의 삶과 글이 지난 반세기의 소중한 증언이며 자산이라는 생각에 그의 의중과는 무관하게 출간을 강행했다고 한다.

그만큼 기자 김중배의 행적은 한국사회와 언론에 생생한 증언과 비판을 담고 있다.엄혹했던 그 시절 그의 목소리는 독자들에게는 해방구로, 언론인들에게는 뼈아픈 질책으로 다가갔다.

일례로 김중배는 1982년 5월 칼럼 서울은 몇 시인가에서 "제비를 잡아들인다고 봄이 오지 않듯이, 외침만으로 민주와 정의가 오지 않는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패배를 되풀이하지 않는 기량으로 새 판을 차려야 한다.그 기량은 더 말할 것도 없이 민주원칙에 근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썼다.그 길로 민중봉기 선동·교사 혐의로 남산 안기부로 끌려가 문초를 당했지만 굽히지 않았다.

박종철 고문치사가 있던 1987년 1월엔 "저 죽음을 응시해주기 바란다.저 죽음을 끝내 지켜주기 바란다.저 죽음을 다시 죽이지 말기를 바란다"로 시작하는 칼럼 하늘이여, 땅이여, 사람들이여로 6월 항쟁의 촉발점이 되기도 했다.

1990년 7월 동아일보 편집국장으로 취임했다가 편집권을 침해하는 사측과의 갈등, 마찰로 1년 만에 경질된 사건도 있었다.당시 김중배는 편집국장 이임식장에서 "언론은 이제 권력과의 싸움에서 더 원천적인 제약세력인 자본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이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선언했다.

기자들이 자사 이기주의에 매몰된 월급쟁이로 전락하는 것을 20년 전 이미 경계한 것이다.굽히지 않았던 탓에 부침이 많았던 언론인이었지만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그의 생각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많은 후배들이 본인의 만류와 거절에도 불구하고 책 출간을 강행한 이유다.오늘을 사는 기자들이 읽으면 가슴 뜨끔한 말들이 많다.

발간위원회는 서두에 "그의 글에서 우리는 지난 50년간 우리 사회에서 억압되어 실현되지 못한 기대와 열망이 무엇이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그리고 언론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한 반성과 숙고의 귀중한 원천이 될 것"이라고 썼다.

김중배 기자는 1957년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동아일보 논설위원(73〜86년), 편집국장(90년)을 거쳐 한겨레신문 편집위원장(93년), 대표이사 사장(93〜94년)을 지냈다.

이후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단체의 공동대표(94~2001)를 맡았으며 2001년부터 2003년까지 MBC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직했다.

후배들이 정성을 모아 마련한 기념집 봉정식은 26일 오후6시30분 서울시 중구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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