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배 "이땅의 저널리스트에겐 영혼이 있는가"
매체명 : 오마이뉴스   게재일 : 2009-02-27   조회수 : 5167
[오마이뉴스 장윤선 기자]"이 땅의 저널리스트에겐 영혼이 있는가. 소위 미디어 악법. 방송에 대자본이 진입해 소유구조가 바뀌면 언론종사자들의 생각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시도가 이뤄지는 건 아닌가. 저편에만 팔매질 할 게 아니라 우리를 향해서도 팔매질을 해야 한다."

김중배(75) 언론광장 상임대표는 지난 26일 저녁 신문기자 50년을 기념하는 조촐한 출판기념회( < 대기자 김중배 > , 나남 펴냄)에 참석해 최근 국회에 직권상정된 미디어 관련 법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언론인 스스로의 반성과 자각을 촉구했다.

김중배 "이땅의 저널리스트에겐 영혼이 있는가"






▲ < 대기자 김중배 > 를 펴낸 김중배(75) 언론광장 상임대표



ⓒ 이창은




김 대표는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가 공고화됐다고 한가롭게 얘기할 게재가 아닌 것 같다"며 "역풍이 다시 부는 반동의 시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이 기습상정한 언론관계법과 관련해서도 그는 "이 정권 이후 공무원에게 영혼이 없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그것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과연 이 땅의 저널리스트에겐 영혼이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어 "방송에 대자본이 진입하게 되면 소유구조가 바뀌게 되고, 소유구조가 바뀌면 미디어 종사자들의 인식도 저절로 바꿀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에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아닌가" 묻고, 언론인들이 이 같은 제도가 가능하도록 여지를 준 스스로의 문제점은 없는가 살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 제도를 막기 위한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저널리스트들이 살아 있어야 한다"며 "우리는 건너편에 대고 팔매질을 하지만 사실은 우리 스스로를 향해서도 팔매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언론의 대장정에는 종착역이 없다"며 "지루하고 끈질긴 오늘의 현실에서 절박하게 요구되는 시대의 부름, 역사의 부름, 민주언론의 길에 정진하기를 바란다"고 언론후배들을 향해 당부했다. 대기자 김중배 "나같은 사이비 대기자를 밟고 가라"

김 대표는 또 "날더러 대기자라고 말하지만 나는 여전히 부끄럽다"며 "독재의 시대 철저한 자기검열을 통해 그것도 비겁하게 의외의 화법으로 써내린 글들을 묶어 다시 세상에 빛을 보게 한 후배들이 한편으로는 야속하다"고 웃기도 했다.

그는 "후배들이 이 책을 묶은 것은 아무래도 나 같은 기자의 삶을 반면교사로 삼으라는 저널리즘의 메시지가 담긴 것 같다"며 "나 같은 사이비 대기자를 밟고 가라는 것으로 해석하겠다"고 말해 좌중에 폭소가 터지게 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참석한 고광헌 한겨레신문 사장은 "90년대 초반 김 대표가 한겨레 사장 시절 우려하셨던 대로 이미 신문은 자본에 넘겨졌다"며 "이런 데 부끄럼을 느끼지 못하고 후배들이 제대로 싸우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엄기영 문화방송 사장도 "기자인생 50년 가운데 문화방송에 몸담으신 것은 고작 2년에 불과하지만 지금 같은 시대에 김 사장님이 계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시장에, 또 힘에 의해 방송의 공공성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지켜나가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안고 있는 과제"라고 말했다.

엄 사장은 "힘이 부칠 때마다 김 사장님의 2년을 기억하면서 스스로 담금질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엄기영 MBC 사장 "방송 공공성 지켜나가겠다"

< 동아일보 > 시절, 김 대표의 선배인 최일남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그 긴 세월동안 그 바닥에서 집중하는 응집력을 볼 때마다 이 사람 아주 징그럽게 느껴진다"며 "독한 소주와 담배, 손해될 줄 알면서 하는 행동, 언행일치, 이런 것들이 내가 아는 김중배"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지게 했다.

지인과 후배들이 마련한 이날 행사에는 박상증 전 참여연대 공동대표, 최열 환경재단 대표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 대기자 김중배 > 는 그가 쓴 대표적인 칼럼과 그와 함께 했던 후배들이 그의 삶과 칼럼, 기억들을 모은 글을 묶은 책이다.

최학래 출간위원장은 이 책의 서두에 "김중배의 삶은 우리 사회의 신화이자 전설이었지만 그를 예찬하고 미화하기 위해 마련한 책이 아니다"라며 "시대의 거울이었던 그의 삶을 통해 우리 언론의 현실을 재조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1957년 < 한국일보 > 기자, < 동아일보 > 편집국장, < 한겨레 > 편집국장·대표이사, < 문화방송 > 사장 등을 지냈으며, 참여연대 공동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를 거쳐 2004년부터 언론광장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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