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서]대기자 김중배 / 권영길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매체명 : 세계일보   게재일 : 2009-01-30   조회수 : 6019
흔히 무슨 무슨 기념위원회에서 발간된 문집이란 것은 읽는 재미가 덜하다. 기록과 회고라는 면에서야 의미가 있겠지만 읽는 재미는 덜하다. 최근에 이 통념을 깨는 책이 나왔다. ‘김중배 기자 50년 기념집 발간위원회’가 묶어 낸 ‘대기자 김중배’(나남)라는 제목의 책이 그렇다.

김중배 선배가 누구인가. 동아일보 편집국장과 한겨레신문 사장, MBC 사장, 참여연대 공동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등 민주언론운동과 시민운동의 산 증인이다. 또한 여러 후배 기자들이 존경하는 사회부 기자의 ‘전설’이 바로 김중배 선배다.

‘대기자 김중배’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냉철한 시선으로 시대를 바라보며 쓴 김중배 선배의 지난 칼럼이 절반이고, 고은 최일남 강준만 손석춘 백병규 등 김중배 선배와 함께 지내온 22명의 지인이 바라본 김중배의 삶에 대한 기억들로 절반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읽는 맛이 난다는 점이다. 김중배 선배가 이 시대 최고의 글쟁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준다. 30년 전 김중배 선배가 쓴 글이 오늘에 비춰보아도 큰 시사점을 준다. 너무나 유명한 동아일보 편집국장 퇴임사를 다시 읽으며, 대쪽 같은 지식인의 역사에 대한 통찰은 읽은 이를 전율케 한다.

“1990년대가 열리면서 제가 보기로는 우리는 권력보다 더 원칙적이며 영구적인 도전의 세력에 맞서게 되었다는 게 신문기자 김중배의 진단입니다.”

1991년 9월6일 동아일보를 퇴임하며 김중배 선배는 언론은 이제 자본의 압력에 강력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을 예견했다.

18년이 지난 오늘, 한국사회는 재벌의 언론 독점이라는 실체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선도적인 예견이 있었음에도, 펜과 마이크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그 도전에 충분히 준비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성찰해야 할 때이다.

“‘말길’은 오늘의 언론기능을 표현하는 데 적절하다. … 그 말길의 막힘은 여론 없는 정치, 민중 없는 정치를 낳을 뿐이다. 말길이 막힌 정치는 진정한 의미의 민주정치일 수 없다.”

1985년 후반에 그가 군부독재를 비판하며 쓴 글이 오늘날에도 같은 시사점을 주고 있음은 언론하는 자와 정치하는 자가 함께 반성해야 한다.

“설령 입술은 떨려도 역사의 진실만은 떨릴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는 김중배 선배의 호통은 해직기자 신분인 권영길의 마음을 오늘도 뒤흔든다.

군부독재와 싸우고, 부조리함과 투쟁해온 지난 세월의 뒤에 무상함이 밀려오는 것은, 어쩌면 오늘 우리 사회가 한발씩 뒤로 가고 있기 때문은 아닐지 생각해 본다.

정치권력의 변화가 역사의 흐름을 꺾을 수 없다는 확신이 무너져 내려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한숨보다는 강한 의지가 필요할 때이다.

역사에 대한 확신보다 불신이 커져가는 것을 괴로워하는 사람이라면, ‘대기자 김중배’를 일독할 것을 권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보면서 가장 뭉클했던 부분은, 김중배 선배가 원고지에 쓴 친필원고다.

원고지 칸이 꽉 차도록 써 둔, 김중배 선배의 둥글둥글한 글씨들을 보면 혼잣말이 절로 나온다.

“김 선배 술 한잔 합시다. ‘술이 미디어’라는 선배 말처럼, 소주잔 기울이며 다시 한번 소통하고 웃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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