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지지 않고, 밤에 더 반짝인다” 고 김준엽 넋 기려
매체명 : 경향신문   게재일 : 2011-06-08   조회수 : 2960
ㆍ빈소 조문 행렬…이 대통령 조화 보내

지난 7일 별세한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의 빈소에 각계각층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8일 고려대 안암병원에 차려진 빈소에선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서영훈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등 김 전 총장 생전에 교분을 나눈 인사들이 고인의 넋을 기렸다. 이홍구 전 총리는 “고인은 해방 후 한국 내에 일제의 영향이 남아 있던 시절 후배들이 우리나라의 독자적 발전 방안을 고민하도록 독려하셨다”고 회고했다. 강만길 교수는 “고인은 우리나라 최고의 중국통으로, 학문적으로는 물론 국제관계에서 커다란 공적을 쌓았다. 뒤를 이을 후학이 어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훈 전 총재는 고인이 잡지 ‘사상계’에서 주간을 맡던 시절, 편집기자로 함께 일한 추억을 되새겼다. 서 전 총재는 “선생은 큰 학자이자 독립운동가로서의 명예를 끝까지 지킨 몇 안되는 분이었다”며 “ ‘역사의 신’(고인이 쓴 책 제목)은 살아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계실 것”이라고 애도했다. 백기완 소장은 “별은 지지 않고, 밤이 깊어지면 더 반짝인다”는 말로 고인을 기렸다.

고려대 출신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학생운동에 열심이던 1학년 때(1983년) 김준엽 당시 총장이 경찰의 학내 진압과 학생 연행을 막아주셨다는 이야기를 선배들로부터 들었다”며 “대부분 교수들이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던 때 신군부에 당당히 맞서는 스승이 계시다는 사실이 뿌듯했다”고 말했다.

민경현 고려대 사학과 교수는 “선생은 학자와 지식인이 걸어야 할 길을 몸소 보여주신 등대와 같은 분이었다”며 “어느 때보다 선비정신이 그리운 시기에 우리 곁을 떠나 안타깝고 슬프다”고 했다. 양위레이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객원연구원(중국 저장대 역사학과 교수)은 “저장대에 한국연구소를 세운 분이 김준엽 선생이다. 연구소의 기틀을 닦고 최근에도 일 년에 한 번 이상은 왕래하셨는데,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실 줄 몰랐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밖에도 한승수 전 총리, 이재오 특임장관, 김백준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정·관계 인사들과 김정배 고려대 이사장, 현승종 전 고려대 이사장, 김한중 연세대 총장 등 학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았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조화를 보내 고인을 기렸다.

김 전 총장은 세상을 뜨기 전 “장례는 가능한 한 외부에 알리지 말고 조용히 치렀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유족들이 전했다. 이 같은 뜻에 따라 장례는 가족장으로 4일간 치러진다. 고인은 10일 영결식 후 국립대전현충원 애국지사묘역에 안장된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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