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익 소설 『안단테 안단테』
매체명 : 중앙일보   게재일 : 2011-06-18   조회수 : 2985
성공한 재일동포 기업인의 격동 현대사안단테(andante)-. ‘느리게’를 나타내는 음악기호다. 20세기 후반 한국사를 음표로 표현하면 어떨까. ‘안단테’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비바체(vivace·빠르게)에 가깝다.

소설 『안단테 안단테』(나남)는 이런 점에서 이율배반적이다. 지구촌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격동의 세월을 보내온 한국인, 그것도 조국 멀리 일본에서 살아야 했던 재일동포 사업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에 이런 ‘물색 없는’ 제목을 붙였다. 아이러니요, 패러독스다. 어쩌면 우리가 그간 잃고 살아온 것에 대한 그리움일 수 있다.

『안단테 안단테』는 일종의 팩션이다. 해방 직후 일본에 밀항했던 한 소년이 작은 사업가로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겪은 회환과 열정을 우려냈다. 1953년 한국축구의 첫 월드컵 출전, 민단과 조총련의 충돌, 프로레슬러 역도산, 남한과 북한의 대치,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정치비화 등이 ‘비바체’로 물려 들어간다. 작품 후반, 늦게 찾아온 사랑의 열락과 비극적 최후도 가슴을 적신다.

작가는 원로언론인 김동익(78·사진)씨. 중앙일보 편집국장·대표이사, 정무장관, 송담대 총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태평양의 바람』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이다. 평생 팩트(사실)와 씨름해온 작가는 작품 후기에서 “객관적 사실의 울타리를 벗어나 상상의 초원을 걸어볼 생각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박정호 기자 jhlogos@ji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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