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당의 꿈은 조선의 세계화, 친일은 오해입니다”
매체명 : 중앙일보   게재일 : 2011-03-01   조회수 : 3358
1919년 3.1운동 때 기미독립선언문을 쓴 당대의 천재 육당 최남선(1890~1957). 육당에 대한 기억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조를 지키지 못하고 친일파로 전락했다는 꼬리표가 붙는다. 그 꼬리표 때문에 해방 직후 ‘반민족행위 처벌법’에 따라 친일파로 분류됐다. 이후 세간의 평가는 별로 변하지 않았다. 시대가 변하면 인물평도 달라지는 것일까. 3.1운동 92주년을 맞는 오늘 ‘최남선 친일론’에 대한 반론이 정면으로 제기돼 눈길을 끈다.

반론의 주인공은 육당의 장손 최학주씨다. 최씨는 3.1절을 하루 앞둔 2월 28일 『나의 할아버지 육당 최남선』(나남)을 출간했다. 책에 담긴 최씨의 주장은 이렇게 요약된다. “할아버지 육당의 꿈은 조선의 세계화였습니다. 친일은 오해입니다.”

육당 직계 가족의 첫 본격 증언이다. 40년 넘게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손자 최씨는 1941년 서울에서 태어나 육당이 타계할 때까지 17년을 함께 살았다고 한다. 육당이 자신을 비롯한 가족에게 전한 말과 글을 토대로 책을 썼다. 최씨는 육당 타계 한 해 전 자신이 찍은 육당의 사진을 비롯해 공개되지 않은 가족 사진을 책에 실어 생동감을 더했다.

육당이 친일파로 분류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조선사편수회 편찬위원으로 가담한 일과 중추원 참의를 맡은 일이다. 최씨는 육당이 당시 누구보다 앞장서서 조선 민족의 시조인 단군의 역사적 의의를 중시했음을 강조하면서 “육당이 조선사편수회에 들어간 것은 일본 학자들이 부정하는 단군과 조선사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또 육당이 단군의 존재를 단지 한반도의 조선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동북아시아의 중심으로 부각시켰다면서 이는 “세계사의 일부로서 조선사를 정립하려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육당 연구’로 2002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학위를 받은 이영화 박사는 “육당 최남선의 친일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논쟁적인 반박이 제기된 것”이라며 “우리 국민들이 최씨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중추원 참의를 맡은 데 대해 이 박사는 “중추원이란 아무런 실익이 없는 자리였는데, ‘중추원 대문도 간 적이 없다’는 육당의 말을 나는 믿는 쪽”이라고 말했다.

2011.03.01 중앙일보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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