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학계서 쌓은‘50년 외교노하우’ 논문 59편 기록 국제법 관점 집대성
매체명 : 문화일보   게재일 : 2011-02-18   조회수 : 3643
한국외교와 국제법 / 정일영 지음 / 나남

책은 한국 외교계의 원로이자 국제법학자인 저자(85)가 지난 50년간 학계와 외교 실무에 종사하면서 틈틈이 썼던 논문 59편을 묶은 것이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타운대와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국제정치학과 국제법을 공부한 저자는 1959년 스위스 제네바대 국제연구소에서 국제법 박사학위를 받은 뒤 귀국해 서울대 법대 교수와 한일회담 대표, 외무 차관, 주 제네바 대표부·스위스·벨기에·프랑스 대사 등을 지냈다. 이와 함께 9·10대 국회의원과 국민대 총장, 세종연구소 소장 등을 두루 거친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다.

저자가 만년에 자신의 논문 59편을 정리해 900쪽에 육박하는 책으로 펴낸 이유는 지난 반세기 학계와 외교 현장 등지에서 쌓은 경험을 한국의 젊은 외교관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1959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발간된 저자의 학위논문에 대한 서평들과 국내재판과는 판이한 국제재판의 증거법 문제를 다룬 글로 시작하는 서장 국제법 인식과 방법론을 비롯, 구한말의 대외관계 6·25동란 일본의 한국교포 북한 추방 등 모두 16개 장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에 따르면 1876년 조선과 일본 간에 병자수호조약이 체결된 이듬해 초대 일본 공사 하나부사 요시모토(花房義質)가 미국학자 헨리 휘튼의 국제법요강(國際法要綱), 즉 만국공법(萬國公法)을 예조판서 조영하에게 증정하면서 국제법에 관한 지식이나 서적이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됐다. 저자는 2장 구한말의 대외관계 부분에서 한반도의 개화, 즉 국제법 수용의 계기가 된 1976년 조·일 병자 수호조약 체결의 경위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프랑스의 국제법학자인 프란시스 레이가 1906년 을사보호조약이 무효임을 선언한 논문 조선의 국제적 위치 등을 다룬 글에서는 이 논문들을 참고해 1960년 한·일회담에 임했다는 비화도 소개한다.

지난 100년간 한반도의 대외관계 절반을 점한 한·일 관계에 대한 내용들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일본의 한국교포 북한 추방과 4·19혁명 전후 한·일 관계, 한·일회담 등의 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이 자유의사에 의한 거주지 선택을 내세워 1959년부터 8년간 8만6000명의 재일교포를 북한 공산 치하로 추방한 사건과 대일 청구권, 어업문제 등 저자가 직접 관여했던 문제를 다룬 논문 등은 한국 현대사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외교관 시절 수출입국의 경제외교를 위해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가입하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과 1970~1980년대 유엔을 둘러싸고 벌어진 남·북한의 외교 경쟁, 중국 국적 조선족과 탈북자의 국제법적 지위, 프랑스 외규장각 도서와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 인양 문제 등을 다룬 논고를 통해 저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국제법과 외교의 문제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2011.02.18 문화일보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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