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이 왜 마약보다 무서운지 알고싶다면
매체명 : 데일리안   게재일 : 2011-09-30   조회수 : 2328
조동근 교수 등 7인 ‘포퓰리즘의 덫 - 세상에 공짜는 없다’ 출간
"원칙 의한 정치 아닌 이해관계에 의한 정치로 인기를 쫓을수밖에"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불러온 포퓰리즘이 왜 정치권의 핫 이슈로 떠오른 걸까. 포퓰리즘을 경계하기가 마치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식으로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어느새 일상화된 용어 ‘포퓰리즘’에 대해 성찰해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포퓰리즘의 덫 - 세상에 공짜는 없다’(나남출판사, 저자 조동근 외)에선 우선 포퓰리즘이 무엇인가에 대해 정의를 내린 뒤 포퓰리즘이 공동체에 주는 영향에 대해 복지선진국 사례를 들어 상세히 분석하고 있다.

책에서는 포퓰리즘이 ‘원칙’에 의한 정치가 아닌, ‘이해관계’에 의한 정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인기를 쫓는 측면에서 마치 마약과도 같다고 경고한다. 우리 사회에 이미 무상급식으로 포퓰리즘의 함정이 시작된 결과 이제 정치권에 의해 보편적 복지라는 형태로 외연을 넓혀나갈 태세이기 때문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책을 통해 현 정권이야말로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치를 한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6월 16일 한나라당이 예정된 추가감세를 철회하기로 결정한 날을 ‘보수의 가치’가 허물어진 날로 명명하고 이에 대해 “야당의 공격이랄 것도 없이 스스로 부자감세 프레임에 걸려 주저앉고 말았다”고 평했다.

조 교수는 “광우병 촛불시위로 공기업 민영화가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태에서 감세철회 결정으로 MB노믹스는 2개의 기둥을 모두 잃고 말았다. 한나라당에게 이념과 가치는 새 털만큼이나 가벼웠다”라며 “포퓰리즘은 집권 4년차를 맞이한 ‘이명박 정부’의 대명사가 돼버렸다”고 설파했다.

그는 “‘공정사회’는 이명박 정부의 ‘철학 부재’란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회심’의 반격카드였다. 그러나 공정사회가 깊은 성찰없이 ‘정책의 옷’을 입으면 졸속으로 흐르게 된다”며 “대기업과 협력업체간의 기업 생태계 유지는 그들의 몫이며, 동반성장 역시 이해당사자의 자율에 맡겨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안전망 강화’ 또는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확충’이지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흉내 낸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보편적 복지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포퓰리즘이 왜 재정 파탄을 불러오는지를 말하기에 앞서 현재 우리나라 재정 상태를 점검했다.

지금 한국은 현재의 복지제도로도 향후 재정적자의 문제를 낳게 된다. 국민연금제도는 2060년에 기금이 고갈되고, 건강보험은 2010년에 이미 1조3000억원의 적자를 발생시킨 데다 2030년에 약 50조원의 적자가 발생할 전망이다.

그는 “이런 한국이 처한 현실을 볼 때 지금이 과연 무상복지를 할 때인가. 한국이 직면한 국가적 대사는 통일”이라며 “독일이 통일된 후에 통일비용이 엄청나게 소요됐고, 이 비용 중에서 절반이 복지지출이었다”고 지적했다.

현 교수는 “한국의 현재 빈곤비율을 10% 수준으로 잡는다면 통일됐을 경우에 35%로 증가하게 된다”며 “복지 중에서 공공부조와 사회보험에 투입될 비용은 거의 천문학적 수준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추가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 중심의 공공부조의 복지를 위해서도 보편적 복지는 시기상조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저자들은 책을 통해 지금 서구의 복지선진국들이 U턴해서 돌아오는 길을 오히려 전력질주해서 가겠다는 어리석은 정치권의 행태에 경종을 울리고 싶어한다. 일각에선 ‘이제 사회가 개인을 부양해야 할 때’가 왔다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이미 세계 곳곳에서 복지정책의 실패로 인한 후유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민주주의’의 요람인 그리스의 최근 사태가 좋은 예로, 그리스는 EU와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날에도 정부의 복지축소(재정긴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정치인들이 정책을 빙자해 사회적 뇌물을 일반대중에게 뿌려대고 국가권력은 가장 싼값에 경매에 부쳐졌다”고 평했다.

많은 복지선진국들이 ‘고복지-고부담’에서 부담과 복지를 동시에 줄이는 방향으로 ‘U턴’하는 이유를 알리기 위해 책에선 ‘유럽의 재정위기’ ‘스웨덴의 복지개혁’ ‘칠레의 연금개혁’ 등을 소개하고 있다.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가들의 선동적인 복지경쟁이 끝이 없는 현실, 이런 결과 국민들의 자립정신을 해치고 국가경쟁력을 좀먹게 하는 결과를 말하기 위해 스웨덴의 복지개혁을 예로 들었다.

흔히 스웨덴이 사회민주주의 국가여서 경제가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스웨덴의 경우 뒤늦게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8% 정도의 낮은 세율과 함께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한 결과 지금 세계적인 기업이라 할 수 있는 많은 기업들이 생겨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후 대공황을 거치면서 정부의 역할이 커지게 됐고, 1950년부터 1976년 사이에 본격적인 복지모델을 도입하면서 정부지출과 세금이 획기적으로 증가하게 됐다. 복지국가의 병폐로 대표되는 높은 세금으로 인한 자본도피, 기업가정신 상실 등에 시달리던 스웨덴의 성장동력도 점차 약화된다.

그러던 중 스웨덴은 1991년 세제개편을 통해 세금을 인하하고 1999년 연금제도를 개혁, 완전적립방식의 민간 사적연금 형태로 개편한 결과 최근 들어 경제활력을 되찾고 있다고 한다. 특히 1997년에는 재정준칙을 도입, 일반정부 재정수지를 평균적으로 GDP 대비 2%를 유지하게 함으로써 재정포퓰리즘을 법적으로 예방하는 장치도 만들었다.

최 교수는 “포퓰리즘의 일반 원리에 대해 생각해보면 기본적으로 현재세대가 미래세대에게 짐을 지우는 것”이라며 “이런 과정은 정치인들의 선동과 현재세대간의 공모에서 비롯되고 있으나 미래세대에게 현재 투표권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저자들은 “국가가 국민들에게 따뜻한 밥을 줄 것이 아니라, 개인이 따뜻한 밥을 만드는 기술을 터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렇게 해야만 노동능력이 없는 ‘사회적 약자’를 도울 수 있는 물질적 토대를 쌓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추천사를 쓴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포퓰리즘을 말하는데, 그 정확한 뜻이나 함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석연치 않은 점들이 많다. 어떤 사람들은 아예 민주주의를 포퓰리즘이라고 이야기한다. 심지어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경제는 포퓰리즘이 되어서는 안 되지만 정치는 포퓰리즘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키케로가 ‘포풀루스’에서 유래한 ‘포풀라레스’라는 용어를 쓴 다음부터 포퓰리즘은 대중의 인기영합을 뜻하는 위험천만한 현상으로 정의되고 있다. 우리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유지하는 한 숙명적으로 계속해서 직면하게 되는 문제가 포퓰리즘”이라고 해설했다.

저자를 대표해서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불행한 이유를 밖에서 찾으려 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을 정치인들이 놓치지 않고 즐겨 활용하는 프레임이 바로 포퓰리즘”이라며 “중요한 것은 국가가 가진 것은 징세권뿐으로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것은 국민의 형식적인 동의를 얻은 뒤 개인의 지갑을 임의로 열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책의 공동저자는 권혁철 자유기업원 시장경제연구실장, 김상겸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최승노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가나다 순)이다.

<2011.09.30 데일리안 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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