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보다 더 재미있는 스포츠의 역사
매체명 : 중앙일보   게재일 : 2008-04-19   조회수 : 7120
근대 스포츠의 본질
앨런 거트만 지음,
송형석 옮김
나남,
303쪽, 1만5000원

지하철 안에서 한 남자가 신문을 열심히 읽고 있다. 전날 밤 열린 프로야구 경기 소식을 보고 있는 중이다. 결과는 이미 알고 있다. 그가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는 건 기록지다. 이 ‘야구 기록을 들여다 본다’는 행동에는 많은 뜻이 내포돼 있다. 스포츠 경기가 전문화·계량화 됐다는 의미이고, 동시에 기록을 추구한다는 뜻도 있다.

1932년 뉴욕 양키스의 베이브 루스가 두 차례의 헛스윙 끝에 홈런을 친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그가 국기 게양대를 넘어 홈런을 친 사실만 기억하지만 그의 홈런은 ‘합리화’‘계량화’라는 근대 스포츠의 특징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란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앨런 거트만은 한 발 더 나아간다. 좀더 큰 시각에서 보면 근대 스포츠는 원시 시대의 제례 의식에 비해 ‘세속성’을 갖게 됐고, ‘기회 균등’이란 특징을 갖게 됐다고 주장한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3장에서는 놀이와 게임,스포츠가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고찰과 함께 근대 스포츠가 원시 시대의 그것에 비해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특히 저자는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탱조차 여성의 참가를 반대했다는 사실을 예로 들며 1912년이 돼서야 비로소 여성들이 제한을 받지 않고 스포츠 경기에 출전하게 된 것은 ‘평등’이란 근대 스포츠의 특징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한다.

후반부에서는 야구와 미식축구 등 미국의 인기 스포츠로 눈을 돌린다. 야구야말로 가장 계량화된 구기 운동이며 라디오와 TV 등 새로운 테크놀러지를 가장 잘 이용했기에 미국의 국기(國技)로 성장했다는 게 거트만의 분석이다. 아울러 여러가지 통계를 근거로 미국인들은 개인 종목보다 미식축구나 농구 등 단체종목을 선호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영어 뿐만 아니라 독일어·이탈리아어·일본어 등으로도 출간됐던 스포츠계의 필독서다.미국 예일대와 독일 보쿰대 교환교수 출신인 저자의 스포츠 사회학적 시각이 돋보인다.그러나 1978년 미국에서 첫 출간된 책을 30년만에 내놓다보니 각종 스포츠 통계가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이 아쉽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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