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 숲엔 낙엽이 수북히 깔리고 그대 시비도 추워보인다. 안쪽 마을, 그대가 태어나 자라난 집 늦가을 하오의 햇살을 받아
아직도 밝은 사랑채에선 금시라도 그대의 기침소리, 그 귀에 익은 기침소리 들여올 듯.
아 그대는 너무나 일찍 떠나갔구나. 살아 있어도 올해 갓 여든인데 떠난 지 이미 서른한 해라니.
춘설
오탁번
城北洞 그의 집에는 芝蘭이 잠드는 소리가 들렸다.
봄눈이 춥게 내린 날 明仁이와 梅實을 들고 찾았을 때 詩人의 방에는 蘭草가 앉아 있었다. 그는 내실에서 李朝의 흰 장짓문을 열고 나왔다.
보름 후에 말 못할 세상으로 그는 갔다 키 큰 明子가 그 말을 했을 때 나는 울지도 놀라지도 않고 그가 닫아버린 風雲의 時代를 덥썩 무심하게 안았다. 그는 磨石에 묻혔다 그의 살이 흙과 섞이는 장면을 본 이들이 우리나라의 지훈을 이야기하고 詩와 人生을 논할 때 나는 磨石에도 논의에도 끼지 않았다.
살과 흙이 섞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글이 흙과 섞이고 바람에 섞이는 아 저 무한한 질서를 나는 무심결에 보았을 뿐
흰 살과 흰 뼈를 거느리고 건너 세상으로 큰 새처럼 날아가는 모습을 추운 난초 옆에서 지켜봤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