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시간 속에서 천천히 살아가는 기쁨!
지리산의 시간 속으로 떠나는 힐링 여행
《느린 시간의 선물》은 지리산을 품은 언론인 출신 수필가 구영회의 아홉 번째 에세이다. 작가는 속도와 효율이 지배하는 도시의 삶을 뒤로하고, 지리산에 깃들어 살며 제 속도로 흘러가는 시간의 마디마디를 담담한 필치로 그려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다른 빛깔의 옷을 갈아입는 천왕봉과 서어나무숲, 섬진강 물길처럼 굽이굽이 이어지는 사람들과의 인연, 호젓한 암자와 고요한 구들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순간들 … . 대자연의 순리대로 ‘도나캐나’ 살아가는 지리산의 삶은 깊고 그윽한 사색으로 이어진다. 이 책은 단순한 자연 에세이를 넘어, 삶의 리듬을 다시 묻는 사유의 기록이다. 작가는 서두르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느림은 결코 뒤처짐이 아니라, 삶을 온전히 살아내기 위한 또 하나의 방식임을 일깨운다. 자연에서 얻은 깨달음에 귀 기울이고 자연을 닮은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 독자는 어느새 놓치고 있던 삶의 감각을 되찾고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에 저마다의 작은 답을 찾게 될 것이다.
◉ 책 소개글
지리산의 아름다운 사계를 음미하는 즐거움
언론인 출신 작가 구영회는 지리산 자락에서 머물며 우리가 잊고 지냈던 자연의 아름다움과 삶의 경이로움을 일깨워 준다. 작가는 화려한 수사 대신, 지리산의 공기처럼 맑고 담백한 필치로 사계의 풍경을 펼쳐 보인다. 붉고 향기로운 꽃망울로 봄을 알리는 매화, 유유히 흐르며 안식을 주는 섬진강, 사색의 시간을 선사하는 서어나무숲, 영겁의 시간을 품은 채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천왕봉까지. 인적 드문 산길에서 거북이처럼 천천히 운전하다 마주치는 풍경들 사이로, 느리게 흐르는 시간의 감각이 잔잔히 스며든다.
작가는 빠르게 질주하는 세계의 반대편에서 자연의 속도에 맞추어 ‘느리게 사는 기쁨’을 이야기한다. 그는 자연을 미화하거나 교훈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대신 하루의 결을 따라 걷고, 계절의 변화를 응시하며, 그 안에서 길어 올린 생각을 절제된 문장으로 담아낸다. 독자는 작가가 몸으로 직접 통과한 시간을 만나며, 잃어버렸던 삶의 리듬을 스스로 회복하게 된다.
섬진강처럼 흐르는 인연들과 함께하는 행복
작가는 풍경을 바라보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과 인간, 개인과 공동체가 어떻게 서로에게 스며들고 이어지는지를 깊이 있게 보여 준다. 두 살배기 독자와의 천진한 교감부터, 장날의 푸근한 인심, 연극의 불모지 구례에서 생활연극의 싹을 틔운 후배, 세상에 웃음의 철학을 전하던 고 전유성 씨, 그리고 비움의 삶을 실천하는 만회암의 괴짜 스님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각기 다른 삶의 자리에서 만난 인연들을 통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다채롭게 그려낸다.
지리산 능선처럼 묵묵히 이어지고, 섬진강 물결처럼 유연하게 흐르는 이 인연의 이야기 속에서 독자는 ‘동행’이라는 삶의 본질적 가치를 되새기게 된다. 겉보기에 ‘행복과 거리가 먼 곳’처럼 느껴질 수 있는 척박하고 쓸쓸한 환경 속에서도,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순간마다 삶은 따뜻한 온기를 되찾을 수 있음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자연의 순리대로 도나캐나 사는 삶의 평화
자연과 인간, 일상과 사색을 오가며 살아가는 작가의 지리산 생활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도나캐나’다. 이 말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삶의 태도이자, 자연의 순리 속에서 스스로를 내려놓는 지혜를 담고 있다. 애써 힘주지 않는 태도, 지나치게 움켜쥐지 않는 마음, 그리고 자연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는 존재 방식이다.
작가는 단순히 느리게 사는 삶을 권하지 않는다. 그는 자연 속에서 도나캐나 지내며 마음의 시간을 따르는 삶을 이야기한다. 몸의 시간은 누구나 빠르게 흐르지만, 자연과 연결된 마음의 시간은 다르게 흐를 수 있다. 섬진강처럼 더디게 흐르는 마음의 시간이야말로 삶을 더욱 깊고 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그 ‘느린 마음의 시간’ 속에서 쓰였다. 그래서 그의 글은 서두르지 않고, 어떤 결론을 내리기보다 독자가 사유할 여백을 남긴다. 그 빈 자리에, 느린 시간 속에서 켜켜이 쌓인 소박한 일상과 단단한 성찰을 건넨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어느새 호흡을 늦추고, 자신의 삶의 속도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어떤 속도로 살아가고 있는가? 느린 시간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가?
◉ 책 속에서
몸의 세월은 개여울보다 빠르다. 몸의 시간은 지리산에 있든 서울에 있든 마찬가지로 쏜살처럼 흐른다. 마음속 시간은 섬진강처럼 더디게 흐른다. 점점 그렇게 닮아간다. 자연을 닮아 가는 일은 나의 의지가 계획한 바 없는 오래된 축적물이다.(머리글, 5쪽)
산 너머 함양에서 산불감시원으로 일하는 후배가 멋진 천왕봉 풍경을 불쑥 보내왔다. 저 멀리 하얗게 눈 덮인 설산 위로 흰 구름 몇 점이 흘러가는 광경이었다. 수만 년의 세월을 끄떡없이 버티며 우뚝 솟은 산꼭대기도 하얗고, 하늘에 무심히 떠가는 구름도 하얬다. 영원과 순간의 빛깔이 둘 다 하얀 까닭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까닭을 아는 인간은 없을 것이다.(구들방 새 식구, 68-69쪽)
지리산에서 어떻게 살고 있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그냥 어찌어찌 산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직장생활을 끝마치고 서울에서 내려와 하루하루 늙어 가는 처지에, 무슨 정해진 틀이 있고 무슨 야무진 계획이 있을까. 날마다 그저 벌어지는 대로, 강물 위에 떠내려가는 종이배처럼 살다 보니 ‘도나캐나’가 되었다. 나에게 도나캐나는, ‘함부로’라는 뜻이 전혀 아닐뿐더러 체념이나 자포자기도 아니다. 순응이고 항복이다.(도나캐나, 78쪽)
매화 피면 산수유 피고, 개나리와 진달래 피고, 철쭉까지 피어나면 그때는 늦봄에 놓일 것이다. 대지의 땅속에서 그리고 하늘에서 설렘이 사부작사부작 다가오고 있다. 아니다. 내 마음속 옹달샘에서 새로운 설렘이 작은 물방울처럼 볼록 솟아 나오고 있다.(1년 만에 매화를 마주하다, 94쪽)
“아득하네요. 겨울에서 봄으로.”
서어나무숲 산책길에, 그리고 낙엽 더미에 아직 눈이 남아서 나무들이 티 내지 않고 은근하게 변신하는 일을 돕고 있었다. 서어나무들은 겨우내 그랬던 것처럼 정직한 모습으로, 혼자 나타난 인간인 나를 맞이해 주었다. 나무들의 정직한 기운이 나에게 전해졌다. 지금 이 순간의 서어나무들과 만나고 있다는 직접성과 현재성이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경칩, 96쪽)
오늘 호숫가에 부는 바람은 순하고 부드러웠다. 바람이 나를 포근하게 감쌌다. 순한 바람과 소쩍새가 동시에 밤을 불러들였다. 온몸으로 바람을 느끼며 귀를 한껏 열어 밤의 노래를 그윽하게 누렸다. 어느 저녁에 나를 스치며 포옹하는 바람, 어느 저녁에 내 귀를 맑게 씻어 준 소쩍새…. 내가 세상에 온 것은 이것만으로도 보람 있는 일이다.(바람과 소쩍새, 166쪽)
“형님, 제가 평생 연극을 하면서 느낀 건데요, K-연극, K-문화가 정말로 오래가길 바란다면, 전국 방방곡곡에서 평범한 생활인들이 우후죽순처럼 직접 연극배우가 되어 동참하는, 그런 일이 벌어져야 합니다.”
상직의 연극관과 그의 꿈은 참으로 신선했다. 상직이 연극 불모지였던 구례에 처음으로 뿌린 씨앗은, 지금은 정기 공연까지 할 정도로 결실을 맺었다. (상직이의 꿈, 313-3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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