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여정
다른 길을 걸었지만 같은 아침을 맞이하는 우리의 이야기!
언론인 출신 시인 하금열의 《우리는 다른 길을 걸었다》는 우리 인생에 숨어 있는 진실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을 기록한 시집이다. 시인의 고향인 남도의 푸른 바다에서 출발해 우리 사회의 그늘지고 낮은 자리를 거쳐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는 언덕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마주한 가지각색의 풍경들을 그려냈다. 자연의 섭리와 삶의 이치를 가르쳐 주는 바다, 가난하지만 서로 보듬으며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똑같이 새로운 빛을 선사하는 아침은 늘 우리 곁에 있지만 쉽게 지나쳐 온 인생의 아름다움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이 시집은 상처를 미화하거나 희망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아무리 힘든 길을 걷더라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음을 일깨운다. 삶의 아름다움을 찾으며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우리 모두에게 이 시집은 조용히 곁에 서는 동행이 되어 줄 것이다.
◉ 책 소개글
남도의 푸른 바다와 함께한 추억
남도의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시인에게 바다는 단순한 자연 풍경을 넘어선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 시집에서 바다는 희로애락을 나누는 벗이자 삶의 이치를 일깨워 주는 스승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시인은 젊은 시절을 돌아보며 “푸른 바다가 늘 곁에 있어/ 생각은 여유로웠고/ 삶은 즐거웠다”고 회상한다(〈회상〉). 바다는 때로 목 놓아 울기도 하고(〈바다도 울고 싶을 때가 있다〉), 숨이 차면 잠시 쉬어 가기도 하면서(〈만조〉) 늘 시인의 곁을 지켜 준다. 밀물과 썰물, 떠나고 돌아오는 배는 만남과 이별, 기다림과 희망이 삶에서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임을 넌지시 일러 준다.
이 시집에는 바닷가 사람들의 짠내 어린 삶의 이야기도 잔잔하게 흐른다. 거친 바람과 파도를 견디며 살아온 그들의 삶은 화려하지 않지만 간이 깊이 배어 단단하고 진하다. “속이 노란 배추처럼/ 소금으로 절여서/ 간간하게 간이 밴 사람들”이 “간맛으로 어우러지며” 살아가는 모습에서는 강인한 생명력과 따뜻한 인간의 정이 묻어난다(〈간꽃〉, 〈간맛으로 산다〉).
이처럼 거대한 바다와 강인한 바닷사람들의 삶을 담아낸 시편들은 서로 다른 결을 지닌 사람들을 이해하고 세상을 더 넓게 포용하는 넉넉한 마음이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조용히 일깨운다.
그늘진 길에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이 시집의 여정은 고향 바다를 건너 우리 사회의 그늘지고 낮은 자리까지 확장된다. 언론인으로 오랫동안 사회의 현장을 지켜본 시인은 사회의 변두리와 골목, 가난과 상처가 놓인 자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세상에/ 길 아닌 길이 어디 있던가”(〈우리는 다른 길을 걸었다〉)라고 물으며, 우리가 외면해온 어두운 풍경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아픈 아이를 살리기 위해 도움을 호소하는 어머니(〈애원〉)와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린 가족(〈세 모녀〉)의 이야기는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절박한 현실과 깊은 가족애를 생생히 보여 준다. 가난한 형편을 함께 버티는 모녀(〈엄마의 용돈〉)와 식모살이를 하는 소녀를 걱정하는 이웃(〈식모살이〉)의 모습에서는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서로를 보듬는 서민들의 따뜻한 인간미가 전해진다.
시인은 삶이 아무리 거칠어도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믿음을 끝내 놓지 않는다. 때로는 비를 피하지 않고 함께 맞으며 걸어가자고 말하고(〈광야에서〉), 기다림 끝에 돌아올 희망을 이야기한다(〈간조의 꿈〉).
이 시집은 그늘진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비추며 응원한다. 비록 세상의 변두리에 있을지라도, 서로의 삶을 지탱하며 살아가는 그들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이라고.
함께 맞이하는 새로운 아침
바닷가에서 시작해 사회의 그늘을 지나온 시인의 여정은 마침내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서로 다른 삶의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결국 같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함께 아침을 맞이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 주는 것이다.
시인은 긴 밤을 아무 일 없이 건너와 “붉게 타오르는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라 말한다(〈아침〉). 밤의 번민을 지나 떠오르는 태양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이 함께 맞는 새로운 시작의 빛이다.
이 시집에서 이별과 소멸은 끝이 아니라 이어짐의 과정으로 그려진다(〈효자손〉). 낡은 것을 내려놓고 자연의 질서 속으로 돌아가는 순간을 보여 주며(〈절정〉), 모든 존재가 결국 같은 근원과 시간의 흐름 속에 놓여 있음을 말해 준다(〈산으로 올라간 연어〉).
이처럼 시인은 서로 다른 삶의 길을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보이지 않는 자연의 질서 속에서 결국 같은 아침을 맞이하는 존재임을 나지막이 전한다.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같은 하루의 빛을 나누는 사람들이라고.
◉ 책 속에서
내가 운다는 것은/ 너무 외로우니/ 함께 있어 달라는 하소연
두려움에서 벗어나고픈/ 쓸쓸한 몸부림//
천지 분간이 안 되는/ 나의 어리석음을/
너라도 피해 가라는/ 안개 같은 회유//
침묵하는 바다에 진종일/ 무적이 운다
(〈무적(霧笛)〉, 85쪽)
섬이 얼마나/ 섬 같은지는/ 섬에 들어가지 않고서야/ 잘 모르지//
해송도/ 동백도/ 톳 캐는 아낙도// 간맛으로 어우러지며/
짭짤하게 간다는 것을/ 살아 보지 않고서야/ 알 수가 없지//
간을 맞추며/ 간이 맞는 사람들끼리/
오순도순 하루를 보내는/ 작은 돌섬 사이로//
간이 밴 노을이/ 깊고도 더 붉게/ 불타오른다
(〈간맛으로 산다〉, 86-87쪽)
강이 끝나는 산 너머로/ 오늘처럼/
붉게 타오르는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긴 밤을/ 정말 아무 일 없이/ 번민도 없이 보내고/
내재된 투정까지도/ 다 태우며 일어서는 태양//
삐칠 것도 서운할 것도 없는/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은 시작되고/ 게으른 그리움만/ 지각을 하고 있다//
눈앞에 번지는 분홍빛/ 해무/
너를 바라보며/ 오늘처럼 이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행복함이다
(〈아침〉, 131-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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