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적 글쓰기, 45년의 고백록
사회학자 송호근이 꺼트리지 않은 불꽃
이 책은 45년간 한국 사회를 분석해 온 사회학자 송호근이 문학적 상상력이라는 근원으로 돌아가 자신의 글쓰기 인생을 되짚은 자전적 고백록이다. 그는 이론의 언어로 40여 권을 채우고도 끝내 포착되지 않았던 존재들을 소설 3부작 《강화도》, 《다시, 빛 속으로》, 《연해주》를 통해 다시 불러냈고, 700여 편의 칼럼과 르포로 현실과 직접 대면했다. 학문에서 문학으로, 이론에서 서사로의 이동은 끝까지 쓰기 위해 선택한 필사적인 필사적인 변주였다. ‘가성비’ 떨어지는 글이라 자조하면서도 상상력의 불꽃을 꺼트리지 않은 힘은 시대에 대한 좌절마저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되돌리는 태도에 있다. 《상상력의 불꽃》은 글쓰기로 자신의 사유와 존엄을 지탱해 온 한 인간의 치열한 자기 해부의 기록이다.
◉ 책 속에서
그리움은 소망이다. 자신의 삶에 불을 지피는 일, 지루한 일상에도 흥겨워하는 심리적 기운이다. 미지의 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은 호기심, 미뤄 뒀던 일을 다시 시작하는 궁금증이다. 젊은 시절, 생계와 사회적 지위를 위해 일단 덮어 뒀던 ‘가지 못한 길’을 가고 싶은 소망이다. 그 문을 열려면, 그 문 안에 들어가려면 감정이 살아 있어야 한다.
-서문: 내 인생의 변주 (16쪽)
영혼은 상상력 속에 터를 잡고 산다. 상상력이 영혼의 집이다. 현실의 존재를 두고 가볍게 상승한 상상력이 자아를 데리고 어디든지 날아다닌다. 어린 시절로 데리고 가기도 하고, 옛 연인의 형상을 불러오기도 한다.
-글쓰기의 시원, 욕망 (48~49쪽)
비행기는 나의 상상력의 기원이었다. 대지를 박차고 상승하는 그 멋진 이륙은 어쩌면 현실을 박차고 피어오르는 상상력 그 자체였다.
-상상력의 미학 (54쪽)
삶의 시야를 가로막는 벽을 부수고 싶은 본질에 있어 학문과 창작은 일란성 쌍생아다. 상상력에 논리를 부여하면 사회학이 되고, 감성을 쏟으면 문학이 된다.
-후기: 상상력과 변혁 (343쪽)
◉ 출판사 책 소개
상상력의 불꽃이 이끈 인생의 변주
어떤 언어는 세계를 설명하지만, 어떤 언어는 삶을 통과한다. 《상상력의 불꽃》은 평생 써왔던 언어의 한계를 자각한 한 필자의 자기 점검에서 시작한다. 45년간 한국 사회를 분석해 온 사회학자 송호근은 퇴직을 앞두고 자신의 글쓰기 전체를 돌아본다. 그리고 정교한 설명이 더 이상 삶의 감각을 통과하지 못한다는 인식 앞에 선다. 이 책은 그 의심이 문학과 칼럼이라는 서로 다른 형식의 글쓰기로 이어진 과정을 정직하게 기록한 자기 성찰서다. 학문에서 문학으로, 이론에서 서사로의 이동은 단순한 확장이 아니었다. 끝까지 쓰기 위하여 상상력의 불꽃을 따라 선택한 필사적인 변주였다.
‘가성비’ 떨어지는 글을 써왔다는 자기반성, 세상을 바꿔 보겠다는 신념이 덧없어 보였다는 고백은 솔직하다. 성취를 정리하기보다 무엇이 끝내 닿지 않았는지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이 태도는, 역설적으로 글쓰기가 한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지탱해 왔는지를 보여 준다. 그리고 책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 앞으로 데려간다. ‘지금까지 어떤 언어로 세계를 말해 왔는가. 지금, 그 언어는 삶을 통과하고 있는가.’ 《상상력의 불꽃》은 이 질문을 끝내 남겨 둠으로써, 독자가 손에 쥔 언어의 무게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질문에 답하는 세 가지 길
사회학을 직업으로 선택한 그에게 문학은 오랫동안 ‘가보지 못한 길’이었다. 대학 시절 비평가와 작가들의 고뇌를 가까이에서 접한 경험은, 문학을 기술이 아니라 자기 성찰을 끝까지 견디는 훈련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분석과 개념이 닿지 못하는 인간의 비애 앞에서 그는 다시 서사의 형식을 택한다. 소설 3부작 《강화도》, 《다시, 빛 속으로》, 《연해주》는 사회학의 지도 위에 그려지지 못했던 존재들을 서사로 복원하는 작업이었다. 지도를 그려 왔던 사회학자는 이제 소설가의 언어로 그 길 위의 인간을 호출한다.
사회학이 구조를 분석하고 문학이 인간을 포착한다면, 칼럼은 지금 여기에서 어떤 선택이 가능한지를 묻는다. 필자는 관찰자가 아닌 발언자로 서기를 택하여 700여 편의 칼럼과 르포를 써왔다. 첫 칼럼의 배경인 마산 파업 현장에서부터 태풍이 멈춰 세운 포항제철소의 진창에 이르기까지, 그의 글은 늘 현장의 긴장에서 출발했다. 판단에 앞서 충분히 관찰하고, 논리에 감성을 더해 독자의 감응에 닿고자 했다. 사회학 그리고 문학과 칼럼, 이 세 갈래의 글쓰기는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 하나의 질문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사유의 분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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