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홍순모와 함께 읽는 조형의 아름다움!
조형언어의 탐구를 통해 예술 감상과 창작의 새 지평을 열다
《조형의 울림》은 조각가이자 미대 교수로서 50여 년간 미술 교육과 창작에 헌신해온 홍순모 작가가 조형의 아름다움과 감동의 근원을 탐구한 미학 교양서다. 창작자의 조형론이 드문 오늘날 큰 가치를 지닌 저작이다. 조형예술의 본질부터 창작의 과정, 국내외 주요 작가들의 작품세계, 문화와 삶으로 확장되는 조형예술의 지평까지 폭넓게 다루었다. 특히, 일반 감상자, 작가, 비평가 모두 난해하게 느꼈던 조형언어를 체계적으로 풀어내며, 예술을 감상하고 창작하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책은 조형이란 단순한 ‘형태 만들기’가 아니라 감성과 이성이 맞닿아 사유로 거듭나는 창조의 과정임을 밝힌다. 이러한 관점에서 조형언어가 작품 속에서 어떻게 조직되고 구현되는지, 예술가의 직관과 경험, 기법이 어떤 원리로 조합되어 독창성을 획득하는지 다채로운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나아가 현대미술을 관통하는 우리 전통 미학과 우리 삶과 문화에 흐르는 예술을 깊이 들여다본다. 현학적인 미술 비평과 흥미 위주의 미술 교양서가 난무하는 오늘날, 조형의 본질을 담백하고 명료하게 풀어낸 이 책은 창작의 길을 찾는 예술가뿐만 아니라 예술의 아름다움을 즐기고자 하는 일반 독자들에게 훌륭한 입문서가 될 것이다.
◉ 책 소개글
감상과 창작의 열쇠, 조형언어를 탐구하다
이 책의 저자 홍순모는 조형미술이 다른 미술 영역에 비해 이론서가 부족하고 도제식 교육에 의존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틈틈이 작가노트와 강의노트를 정리해 왔다. 이 노트들을 바탕으로 집필한 이 책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조형 이론서’를 지향한다.
홍순모 작가가 조형의 창작과 감상의 핵심으로 강조하는 것은 바로 조형언어다. 미지의 나라를 알아 가려면 그 나라 말을 알아야 하듯이, 조형세계에 입문하려면 조형언어를 알아야 한다. 조형언어만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누구나 스스로 작품을 해석하고 창조할 수 있다.
이 책은 조형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만들어 내는 조형언어를 실천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탐색한다. 조형의 재료와 기법, 드로잉부터 관찰, 해석, 표현에 이르기까지 창작의 과정은 물론이고 비례, 비율, 조화, 균형, 리듬, 유기성, 전체성 등 조형의 기본 원리를 쉽고 명료하게 풀어낸다. 또한 예술가의 내재율, 조형심리, 창작의 정체성 등을 통해 조형이 단순한 형태 만들기가 아니라 예술가의 감각과 감성, 사유와 심리를 조율하는 과정임을 보여 준다.
현대미술 거장들의 조형세계를 여행하다
이 책은 또한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국내외 작가들의 다채로운 조형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선사한다. 박수근의 질박한 형태미는 어떠한 조형 내재율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김종영의 불각(不刻)의 미학은 비워냄과 절제의 전통을 어떻게 계승했는지, 최종태의 성당조각은 신성(神性)의 조형언어를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살펴본다, 한편 모딜리아니와 칠리다의 형태 변형이 어떻게 작품의 개성을 만들어 내는지도 고찰한다. 한국 현대미술 정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김환기의 예술혼, 모방의 한계를 보여 준 이중섭의 위작, 자유와 질서가 교차하는 김광진의 형상도 흥미롭게 설명한다. 또한 오늘의 조형예술 현장을 이끄는 작가들 — 이상국, 신경호, 김순애, 유재호 — 을 통해 동시대 예술이 어떻게 전통과 현대, 지성과 감성을 조화롭게 표현해 내는지 생생하게 보여 준다.
저자는 단순한 작가 소개를 넘어, 작품이 탄생한 문화적 배경과 작가의 미학, 창작 과정, 조형적 특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각 작가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을 도출해 조형언어로 해석함으로써, 독자는 “작가의 사상은 어떻게 형태가 되는가?”, “조형은 어떻게 감정을 울리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자연스럽게 다가설 수 있다.
3세대 조각가의 실천적 미학을 만나다
작가의 정체성은 작품을 통해 드러나므로 그들의 말이나 글은 드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작가는 비평가들과 달리 풍부한 경험을 통해 터득한 실천적 미학을 기록하기 때문에 창작과 감상의 핵심적 사유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곤 한다.
한국 현대미술사를 돌아보면 실천적 미학의 계보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아름다움의 근원을 깊이 탐구하는 작가들은 자신의 미학을 글로 정리해 남겼고, 이는 예술적 사유를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산이 되어 왔다. 장욱진의 《강가의 아틀리에》(1975), 최종태의 《예술가와 역사의식》(1986), 김종영의 《초월과 창조를 향하여》(2005)는 각 작가의 미학을 진솔하게 풀어낸 기록으로, 예술 애호가와 연구자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왔다. 이 저작들은 개인적 미학이 지닌 진정성, 그리고 그 진정성이 지닌 설득력으로 인해 한국 미술사의 중요한 참고 자료로 자리매김하였다.
《조형의 울림》은 이러한 맥락에서 홍순모 작가의 실천적 미학을 소개하는 드문 기록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김종영, 최종태의 뒤를 잇는 3세대 현대조각가 홍순모는 지난 50여 년간 조형언어와 창작의 본질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작가다. 그가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해온 조형적 사유를 정연한 논리와 명료한 언어로 풀어낸 이 책은 그 폭과 깊이에서 한국 조형예술의 지평을 확장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 책 속으로
예술의 감동은 이미지의 감성으로 먼저 마음에 와닿지만, 작품이 깊어지려면 감성의 여운 위에 사유가 더해져야 한다. 좋은 작품은 지적 통찰을 품은 조형언어를 통해 읽혀야 한다. 물론 시각적 매체를 언어로 완전히 해석할 수는 없지만, 감성과 지성이 함께 어우러질 때 작품은 더 깊은 감흥으로 다가온다.(‘서문’, 5쪽)
이 작품의 재료는 해풍이 거센 서해안 해송이 자라는 갯벌의 흙이다. 이 재료는 석고 틀 안에서 성형할 때, 적절한 온도와 습도에 의해 표면장력으로 균열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 균열은 단순한 파열의 흔적이 아니라, 극복의 흔적이다. 그것은 고통의 상흔이자, 동시에 삶의 증거다. (‘형태는 사상이다’, 18쪽)
프랑스의 아비뇽 다리는 중간이 끊어진 다리임에도 아름답고, 한국의 기와인 ‘신라의 미소’는 일부 형태가 떨어져 나갔음에도 가상적인 완전한 형태보다 조형미가 충만하다. 끊어지고 깨어진 것처럼 보여도 아름다운 것은 완벽미보다 완결미가 더 깊은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완성의 형상과 미완성의 선형상’, 44쪽)
자코메티의 조각은 그의 고향인 스위스 풍경을 닮았다. 수직적 철근 형태는 하늘로 치솟은 침엽수림의 전나무 군상을 떠오르게 하고, 거친 질감은 스위스 산악지대의 눈 덮인 바위산과 계곡처럼 느껴진다. 박수근의 형태 또한 한국의 습윤하고 기름기 없는 화강암의 질감과 조선 시대의 목물 같은 단순한 구조와 선으로 이루어졌다.(‘토양’, 85쪽)
김종영의 창작세계에 대한 연구는 문화의 속도가 아닌 방향에 대한 탐색이어야 한다. 그의 창작세계는 동서양의 예술정신과 조형의 본질을 분석하고 판단하여 자기화하는 융합적 조형정신이라 할 수 있다. 김종영이 주목한 조형정신의 중심인물은 추사 김정희와 세잔이다.(‘불각의 김종영 세계’, 167~168쪽)
최종태는 자신의 예술 형식의 조형미를 정관자득(靜觀自得), 즉 “맑은 마음으로 사물을 보면 얻는 바가 있다”는 자세로 형성해 나간다. 그는 고요한 관조를 통해 사물의 이치와 정수를 꿰뚫어보고, 그 안에서 자연 만물의 내재율을 터득한다.(‘최종태, 신성과 조형언어’, 181쪽)
신라 시대 ‘미륵보살반가사유상’ 역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같은 좌상이다. 그러나 그 이미지와 감성은 완전히 다르다. 두 작품은 동일한 자세를 취하고 있음에도, 조형 해석의 방향성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가 형성되었다. 하나는 무거운 덩어리와 깊은 주름으로 ‘고뇌’를 표현하고, 다른 하나는 단아한 선과 곡선으로 ‘사유’를 상징한다.(‘미륵반가사유상과 생각하는 사람’, 240쪽)
로댕은 자신의 모델을 관찰하는 방식과 조형적 사고를 카미유에게 전하고자 한다. 카미유의 작품이 로댕의 작품 앞에서 유독 우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녀가 자기만의 조형적 사고와 방법을 갖지 못한 채, 로댕의 틀 안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로댕 앞에서 끝내 로댕을 넘어설 수 없었고, 결국 생기마저 잃게 된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로댕과 카미유 클로델’, 277~2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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