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페미니스트를 풍자하는 성대한 해학의 만찬
1세대 독일 페미니스트 헤드비히 돔의 대표작, 국내 최초 완역 출간
독일 1세대 페미니스트 헤드비히 돔의 대표작 《안티페미니스트》가 1902년 초판 이후 120여 년 만에 국내 최초로 완역 출간되었다. “인권에는 성별이 없다”라는 구호로 기억되는 헤드비히 돔(1831~ 1919)은 가장 급진적이고도 유머러스한 목소리로 19세기 유럽의 여성혐오와 맞섰다. 특히 그는 ‘안티페미니즘’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내며, 당시 사회에 팽배했던 반페미니즘 담론을 해부하고 그 허점을 날카로운 논리와 해학으로 무너뜨렸다. 돔의 문장은 권위적 질서와 허세로 가득한 반여성주의자들을 통쾌하게 조롱한다.
《안티페미니스트》는 니체를 비롯한 당대 지식인들의 여성혐오를 직격하며, 반페미니즘이 특정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임을 드러낸다. 이 책은 단순한 고전을 넘어 오늘날 페미니즘 백래시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통찰을 제공한다. 마침내 한국어로 완역된 《안티페미니스트》는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왜 여성들은 싸움에서 요정 같거나 부드러운 하프 같아야 하는가?”
⊙ 출판사 리뷰(예스) / 출판사 제공 책소개(알라딘) / 출판사 서평(교보)
반여성주의를 해부한 가장 급진적 목소리
차별과 혐오를 조롱하며 권위적 질서를 전복하다
헤드비히 돔(Hedwig Dohm, 1831~ 1919)은 돌봄 노동에 매인 어린 시절을 지나, 여성 참정권조차 허락되지 않던 시대에 자신만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제1차 여성운동의 급진적 진영을 대표하며, 남성 중심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쉼 없이 써내려갔다. 《안티페미니스트》는 그런 돔의 사상과 투쟁이 응축된 대표작이다.
돔은 이 책에서 ‘안티페미니즘(Antifeminismus)’을 처음 만들어내며, 반여성주의자들의 주장과 논리를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그들의 궤변을 치밀한 논리와 풍자로 해체했다. 그는 니체부터 당대 유명 인사들까지 가리지 않고 여성혐오의 허세를 날카롭게 고발한다. 해학과 예리한 지성이 빛나는 돔의 문장은 반페미니즘이 특정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임을 드러낸다.
‘거대한 축음기’와 같은 세상에 새겨진
안티페미니즘 비판의 논리와 해학
돔은 여성혐오의 표면적 언어를 넘어 그 이면의 정치적·문화적 구조까지 파헤친다. 그는 반유대주의(Antisemitismus)와의 유사성을 짚어내며 혐오의 언어가 어떻게 사회를 지배하고 억압을 정당화하는지 분석했다. 이러한 통찰은 오늘날의 젠더 갈등을 이해하는 데도 이론적 기반으로서 유효하다.
《안티페미니스트》는 이러한 선구적 사유를 담아, 여성의 권리와 자유가 끊임없이 도전받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목소리다. 풍자와 논리, 그리고 급진적 사유가 녹아든 이 책은 페미니즘 백래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진다.
여성 인권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왜 싸움에서 이 여성들이 요정 같고 성모 마리아나 부드러운 하프와 같아야 하는가?
(여성 대 여성, 115쪽)
돔의 목소리는 이제 다시 이 땅의 거대한 축음기 속에서 언제까지고 울려 퍼진다.
⊙ 책 속에서
설마 조롱은 약한 여성을 상대하는 강한 남성의 전유물이고 약한 여성은 절대로 강한 남성을 조롱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런 생각은 큰 사내아이들이 자기보다 어린 여자아이들을 때릴 때 잠자코 있으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저자 서문, 10쪽)
성격이 나약한 자들은 여성운동을 배척한다. 두려움 때문이다. 그들은 여성으로부터 억압(특히 자기 처에 의한 억압)을 당할까봐 두려워한다. 내심 자기 결점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자신의 우월성을 주장한다.
(안티페미니스트의 네 가지 범주, 22쪽)
“남성의 뇌에서는 인지된 내용이 주로 내면을 기준으로 표현되는 반면, 여성은 오로지 외형, 옷차림, 머리 모양, 반지, 시계 목걸이 등 다른 시시한 장식물에만 관심을 쏟는다.”
우리 저자는 여성에 관한 지식을 뉴질랜드와 중앙아프리카의 깃털 장식으로부터 얻었을까?
(정통주의자의 두 가지 사례, 36쪽)
남성이 혹은 국가가 여성을 필요로 하는가를 물을 것이 아니라 질문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여성의 정신적 및 물질적 존재 기반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고.
(슬픔에 찬 성모의 기사를 자처하는 세 의사, 108쪽)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몇몇 인물들이 눈에 거슬리고 반감을 사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 여성 인권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왜 싸움에서 이 여성들이 요정 같고 성모 마리아나 부드러운 하프와 같아야 하는가?
(여성 대 여성, 115쪽)
서서히 힘을 발휘하는 여성의 지적 능력이 퇴폐적 현실에 치유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두고 안티페미니스트들은 정신적 우물에 독을 푸는 행위라고 말한다. 그래서 안티페미니스트들은 최소한 주모자들의 입을 틀어막으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부질없는 일이다. 세상은 거대한 축음기와 흡사하다. 한번 저장한 이념들은 지워지지 않고 안에 머문다. 그 이념들은 울리고, 또다시 울려 퍼진다.
(결혼의 어제와 오늘, 2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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