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처럼 흐르는 인생과 강 건너 세계에 대한 맑은 사색
지리산 수필가 구영회의 여덟 번째 에세이
지리산을 품은 언론인 수필가 구영회가 여덟 번째 에세이 《강 건너에는》을 펴냈다. 그동안 자연과 일상의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글로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작가는 이번에 우리 삶의 보편성과 하나하나의 개별성이라는 주제에 천착했다. 작가와 주변인들 개개인의 다채로운 삶의 풍경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이 마주하는 커다란 인생의 흐름에 대해 한층 깊어진 사유를 담아냈다. 작은 강들이 합류하여 마침내 바다에 이르듯이, 하루하루 소소한 일상의 단상을 그러모아 인간과 인생, 강 건너 피안의 세계에 대한 묵직한 깨달음을 전한다. 산중생활에서 길어 올린 맑은 사색과 아름다운 지리산 사진이 어우러진 이 책은 인생을 관조하며 영혼의 안식을 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다.
◉ 책 소개글
강물이 흘러흘러 바다로 가듯이
어부는 개별적 직업으로 물고기를 잡다가, 바다라는 공통적 환경에 관해 알게 된다. 그리하여 어부는 마침내 바다 철학자가 된다. 당신과 나의 개별성은 삶에 눈을 뜨는 실마리다. (‘개별성을 마주하다’, 35쪽)
구영회 작가는 우리가 놓치기 쉬운 평범한 일상의 행복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섬세한 언어로 그려낸 에세이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각박한 사회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이 개인의 일상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는 길을 제시했던 것이다.
《강 건너에는》은 이러한 작가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개인의 삶을 넘어 모든 인간이 마주하게 되는 보편적 깨달음을 담아냈다. 생로병사(生老病死), 즉 사는 일, 나이 드는 일, 병드는 일, 죽는 일에 대한 단상, 그리고 피안의 세계에 대한 깨달음을 담담한 어조로 그려냈다. 그러나 그것은 관념적이고 추상적이기보다는 매우 일상적이고 구체적이다. 작가의 하루하루, 가족과 친구들의 삶의 이야기 속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을 그러모았기 때문이다.
작은 강물이 모여서 마침내 거대한 바다와 만나듯이, 생활 수필가는 마침내 삶의 철학자가 된 것이다.
석양이 질 무렵 인생의 풍경
죽음을 첫눈에 비유하는 그 말은 매우 인상 깊게 들렸다. 사람이 살다가 첫눈이 되고 함박눈이 되었다가 다시 봄이 된다는 표현은 죽음을 불편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시각과 해석이 아름다웠다. (‘죽음을 불편하지 않게 들려주다’, 112쪽)
《강 건너에는》에는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작가의 삶의 풍경이 담백하게 펼쳐진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일상을 살아가고, 사람들을 만나며, 자연을 즐기지만, 그 모습은 조금씩 변화한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기 위해 살기보다는 “랜턴 방향을 거꾸로 돌려 자기 자신을 비추는 일”이 잦아졌고,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와 이별을 위해 준비하기도 한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너무 가깝기보다는 적당히 느슨한 교류를 선호하게 되었고, 가족과 친구들을 떠나보내며 위로하고 마음을 정리하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는 슬픔에 빠지기보다는 인생의 흐름을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이며 삶을 성찰하고 사색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아간다.
아름다운 지리산 풍경과 맑은 사색이 어우러진 이 책은 인생을 관조하며 영혼의 안식을 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다.
◉ 책 속에서
나는 개별화된 나를 계속 지워 나갔다. 그러자 내 안에서 갈증을 느끼는 그 무엇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걸 알아차리게 되었다. … 그것은 내가 가진 언어로 또는 사전적 언어로 표현하기란 불가능하고 그 너머에 있었다. … 생명의 공통성인 동시에 생명의 철저한 개별성을 포착하게 되었다. (‘머리글’, 5~6쪽)
개별적인 나를 지울수록 삶의 정체가 점차 드러난다. 천차만별로 다양한 우리들 각자의 세상살이 고단함이 우리 모두를 여행지나 휴식처 한자리에 똑같은 자리에 모이게 한다. (‘개별성을 마주하다’, 36쪽)
나는 당신에게 ‘느슨한 관계’를 권유하고 싶다. 느슨하다는 것! 거기에는 둘 사이에 부딪치지 않는 ‘완충’이 윤활유처럼 부드럽게 흐른다. 차갑지 않고 따스한 공기가 쿠션처럼 작동한다. (‘느슨하다’, 38쪽)
방금 만났던 그 부부는 쓸모없던 땅을 저렇게 잘 일구었는데 나는 무엇을 일구고 사는 것인지 나 자신에게 물었다. ‘내 마음속에도 분명히 마음의 텃밭이 있지 않을까? 나는 내 마음의 텃밭을 일구어 무엇을 심고 자라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일구다’, 41쪽)
인간은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 궁리하고 실행 계획을 짠다. 당신의 이해와 나의 설명을 돕기 위해 인간의 계획을 ‘플랜 A’라고 하자. 그러나 플랜 A가 최종적으로 실제로 이루어지든 아니면 불발되든 결말은 언제나 하늘이 낸다. 하늘의 결말을 ‘플랜 B’라 부르기로 한다. (‘결말은 하늘이 정하다’, 45쪽)
저녁 혼밥을 챙겨 먹고 돌아오는 길에 내가 석양을 구경하는 장소에 차를 멈추고 앉았다. 산천은 조용히 어둠에 잠겨 있었다. 저 멀리 산 너머 하늘이 주황빛으로 붉은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섬진강은 그 빛깔을 곱게 머금어 무심히 흐르고 있었다. (‘저녁노을을 바라보다’, 88쪽)
자연은 그것을 있는 그대로 그윽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무한함’과 ‘그 너머’를 선물한다. 자연이라는 두 음절의 간결한 표현에 담긴 뜻은, ‘스스로 그러하다’는 것이다. 원래 그러하니 더 보태거나 뺄 일이 없다는 뜻이다.(‘산안개가 마당을 스치다’, 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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