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정의와 공정’이란 무엇인가?
오해와 갈등을 넘어 이해와 소통의 공론장으로
《정의와 공정 2: 키워드 한국 공론장》은 최근 한국 사회의 화두를 집약하는 키워드를 추리고, 키워드가 한국 사회에서 활용되는 방식 등을 살펴 공론장의 바람직한 의사소통이 일어나도록 이끈다. 2024년 한국 공론장의 핵심 키워드 ‘정의와 공정’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합리적 의사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한림대 도헌학술원에서 기획한 ‘키워드 한국 공론장’ 강연을 바탕으로 집필되었다.
앞선 《정의와 공정 1》에서 젠더, 노동, 이주민, 청년을 다뤘다면 이번에 출간된 《정의와 공정 2》에서는 자유주의, 복지국가, 사회적 협치, 공론장, 인권이란 키워드를 다룸으로써 의사소통의 근간을 살핀다. 5명의 석학이 한국 공론장의 핵심 키워드 하나씩 도맡아 역사와 현황을 해설하고, 마구 섞여서 쓰이는 개념의 의미를 바로잡는다.
한국 공론장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깊은 학문적 통찰이 담긴 이 책은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공유하고 건설적 논의를 하는 데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 책 소개글
21세기 한국 공론장의 근간을 바로 세우다
지금 한국 공론장은 혼돈에 빠져 있다. 가짜뉴스, 유언비어, 비방, 선동 등으로 분열과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쌍방향 소통의 장으로 기대되었던 인터넷과 온라인 소통 수단은 알고리즘을 통한 유유상종과 양극화, 확증 편향 강화의 통로가 되고 있다. 나라와 언어가 다른 것이 아닌데도 소통이 어렵다. 공론장의 근간인 말이 이해와 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오해와 갈등의 씨앗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한림대 도헌학술원에서는 공론장의 핵심 키워드에 대한 이해의 기반을 넓히고 합리적 의사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키워드 한국 공론장’ 강연을 기획했다. 한국 공론장을 떠받치는 기본 개념을 적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전문가를 초빙하여 그 본래 의미와 역사적 변화, 한국 사회에서의 활용 방식 등을 따졌다. 내실 있는 의사소통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정의와 공정 2》은 바로 이 강연의 후반 다섯 회를 바탕으로 집필되었다. 《정의와 공정 1》이 최근 한국 사회 담론의 주요 주제를 다루었다면, 《정의와 공정 2》에서는 ‘정의와 공정’에 이르기 위해 기본적으로 숙지할 필요가 있는 5가지 개념을 논한다. 자유주의, 복지국가, 사회적 협치, 공론장, 인권이 바로 그것이다.
5인의 전문가가 풀어 쓰는 공론장의 기본 개념
《정의와 공정 2》를 집필한 5인의 저자는 모두 현재 한국 사회 공론장을 이끄는 지식인들로, 각자 전공 분야의 내공을 살려서 공론장에서 오남용되어 의미가 불분명해진 개념을 하나씩 상세히 풀이하였다.
김비환 성균관대 교수는 사회구성주의적 관점에서 고대 그리스부터 시작해 근대 서구의 자유 개념을 비교 분석한 뒤 현대까지 이르는, 자유와 자유주의 개념의 역사를 서술하였다. 양재진 연세대 교수는 복지 개념의 태동과 발전을 요약한 뒤 한국에서 혼용되어 쓰이는 ‘선별복지’와 복지의 ‘보편주의’ 등 복지의 개념을 구분해 밝히며, 기본소득의 효과를 재고한다. 박준식 한림대 교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서 겪은 협치 경험을 풀어내 사람들이 최저임금결정의 프로세스를 공익위원의 관점으로 조망해 볼 수 있도록 정리하였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는 느슨하게 사용되는 공론장 개념 사용의 현황을 비판하고, 실제 사회에서 경험하는 공론장을 나누어 인지하기 위해 새로운 개념이 필요함을 지적한 뒤 직접 재구성한 공론장 개념을 제시하였다. 송지우 서울대 교수는 인권 개념의 현재 위상과 역사를 간추리고 인권의 개념, 내용을 해설한 뒤 보편성과 실효성 등 현재 인권을 두고 이뤄지는 논의를 다양하게 다루고 현재 인권이 당면한 과제까지 정리한다.
▎책 속에서
노직과 같은 자유지상주의자처럼 자유를 불간섭이라는 소극적 의미로 규정해 보자. 이 경우 자유주의적 정의 원칙은 개인에게 최대한 평등한 (소극적) 자유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 1원칙으로 채택하고 … 롤스나 민주주의자처럼 자유의 핵심을 자율성 혹은 자결이라고 정의해 보자. 그러면 정의의 원칙은 개인이 최대한의 자율성을 누릴 수 있도록 권리와 자유를 ‘동등하게’ 보장해 주어야 한다.
(평등한 자유의 원칙) (1장, 자유/자유주의란 무엇인가?)
기본소득이 전 국민을 지급 대상으로 하기에 ‘보편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만, 기존 복지의 할당 원리 중 하나인 보편주의와는 성격이 질적으로 다르다. 기존 복지의 보편주의와의 차이는 ‘사회적 위험’이나 ‘욕구’를 먼저 따지는지 아닌지에 달렸다. (2장, 복지란 무엇인가?)
협치는 이론보다 실천이 훨씬 어렵다. … 이해 당사자가 사회적 협치와 숙의를 진행할 협상 공간을 폭넓게 허용하는 것은 우리나라 최저임금제도의 중요한 특징이다. … 사회적 공론과 협상 공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우리나라 최저임금제도의 유연성과 불확실성을 동시에 규정한다. (3장, ‘사회적 협치와 공정의 균형 찾기’)
이 글에서 공론장을 결국 ‘의사소통 규범이 수용되고 행사되는 범위’로 정의해 보았다. … 이 정의를 적용하면 익명 공간에서 극단적 발언을 비난하는 것이 어째서 비판적 효력을 내지 못하는지 해명할 수 있다. … 언론에 대한 정파성 비판이나 사법적 판단에 대한 동네 사회학적 비판도 마찬가지다. (4장, 한국 사회 소통비판을 위한 공론장 개념의 재구성)
흔한 비판 가운데 하나로, 인권의 보편성에 대해 품는 의구심이 있다. … 과도한 문화적 혹은 이데올로기적 편향을 드러내는 것은 아닌지, 부당하게 서구 중심적이지는 않은지 등의 의문이 제기되고는 한다. 보편성 비판을 평가함에 있어서 세 가지 논점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 (5장,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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