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민주화 30년 여정의 기록
뿌리 깊은 역사에서 희망을 찾다
이 책은 저자가 PD로 일한 30년 동안 스튜디오와 광장을 오가며 맨몸으로 경험한 KBS 민주화 역사를 빼곡하게 기록했다. 공영방송 KBS의 구성원들은 정권 교체에 따라 반복되는 방송장악에 맞서 공론장에서 선한 영향력을 잃지 않고자 치열히 투쟁해 왔다. 제작 자율성과 내부 민주화를 사수하기 위한 ‘공영방송 구하기’ 분투를 들여다보면 언론 민주주의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저자를 비롯한 구성원들은 거듭 일어나 저항했고, 덕분에 외압으로부터 공영방송을 지킬 수 있었다. 30년에 걸친 민주화 여정은 KBS의 뿌리 깊은 역사로서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자 다가올 미래를 위한 이정표와도 같다. 필연처럼 되풀이되는 위기의 시대, 이 지난한 투쟁의 기록은 분노와 무력감 속에서도 길을 찾고 있는 독자들에게 희망의 등대가 될 것이다.
◉ 책 소개글
역행하는 KBS, 위기 속에서 쓰인 생생한 KBS 현대사
KBS의 시간이 역행하여 과거의 과오가 되풀이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이후, 공공연한 낙하산 사장이 임명됨으로써 KBS의 신뢰도는 추락하고 내부는 무력감에 빠진 듯했다. 저자는 사장 재임시절을 기록하던 중 이러한 역행을 목도하고 펜을 바꾸어 든다. 그에게 깊게 각인된 ‘공영방송 구하기’ DNA가 발동한 것이다. 이 책은 이탈리아 역사가 크로체의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는 경구를 지침 삼아, KBS 민주화 30년을 기록하며 작금의 언론 현실을 바라본다. 스튜디오와 광장을 오가며 열렬히 고민하고 투쟁한 여정을 돌아봄으로써, 공영방송사의 내부 민주화와 제작 자율성 보장이 왜 중요한지를 논하고 KBS가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해 고찰한다.
저자는 1989년 KBS에 입사하여 30년간 방송 PD로서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그 후 3년 8개월 동안 사장으로 일했다. 1960년 4·19 혁명이 일어난 해에 태어나 1970~80년대를 몸으로 겪으며 한국 현대사에 깊은 관심을 갖던 저자는, KBS에 당면한 위기를 좌시할 수 없었다. 프로그램 제작에 전념하던 PD가 공영방송 구하기 여정에 뛰어들어 자율과 민주를 위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성찰의 기록 속에서 내일의 희망을 찾다
민주화를 테마로 돌아본 KBS 30년 현대사에서 가장 큰 축을 이루는 흐름은 진정한 공영방송을 만들고 지키려는 KBS인들의 투쟁이다. 정권의 방송장악에 맞선 구성원들의 분투, 낙하산 사장과 사원들 간의 갈등과 충돌을 모두 기록했고 그를 바탕으로 ‘공영방송 구하기’ 투쟁을 크게 다섯 차례로 구분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사원들 스스로 직능단체와 노조를 결성한 최초 투쟁부터, MB정부 시기부터 2017년 촛불 직후까지 10여 년 동안 지속된 5차 투쟁까지 선연하게 복원했다.
또한 저자는 단지 역사를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영방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미래를 향한 제언을 남기는 데도 공을 들였다. 다시 부끄럽지 않기 위한 성찰의 고백과 후배들에게 전하는 격려의 메시지를 조곤조곤 전하는 대목에서는 저자의 진정성과 따뜻한 성품이 느껴진다. KBS 사원들이 여섯 번째 투쟁의 서막을 열고 있는 지금, 구성원들의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된 양심을 깨우고 용기와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참으로 시의적절한 책이다.
함께한 동료들의 이름을 역사의 궤적에 새겨 넣다
이 책은 KBS라는 조직, 사회의 역사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하루하루 자유와 민주를 지키고자 노력한 개인들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 먼저 저자 자신이 PD로서 이루지 못한 꿈에 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시사와 역사를 통찰력 있게 다루며 예술성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PD가 되어 언젠가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자신만의 작품을 출품하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공영방송 구하기’라는 시대적 소명을 떠안고, 동료들과 함께 걸으며 ‘민주화’라는 길을 만들었다. 프로그램 제작에 더 몰두하지 못해 아쉽다는 진솔한 고백에 독자들은 자연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한편, 당당하고 꿋꿋하게 싸워 온 동료, 촛불을 들고 KBS를 지킨 시민들을 호명하는 장면에서는 기록의 귀중한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투쟁에 동참한 이들은 한겨울의 추위에 떨고, 가족 걱정으로 두려움에 떨었다. 낙하산 사장 거부 또는 퇴진 시위에 앞장서다가 구속되는가 하면 곡기를 끊고 단식을 선택하기도 했다. 보직 때문에 사측에 동조했던 이들은 부끄러운 행동을 반성하는 사과 성명을 낸 후 평기자로 좌천되기도 했다. 이처럼 《스튜디오와 광장 사이에서》에는 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투쟁하면서 시민과 시청자에게 한 걸음씩 다가가고자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함께 길을 걸었던 동료들이 잊히지 않고 오랫동안 기억되게끔 그들의 이름을 역사의 궤적에 새겨 넣은 것이다.
◉ 추천의 글
이 책은 KBS의 공영방송으로서의 조건, 한계, 가능성 등 많은 것을 곱씹게 하는 생생한 KBS 현대사이다. 저자는 KBS가 권력에 종속된 굴종의 시대에는 어떻게 추락했고, 6월 항쟁 이후 자율과 민주가 확대되는 시대에는 어떻게 공론의 장에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는지를 증언한다. … 참으로 소중한 KBS 현대사다.(정연주 전 KBS 사장)
지금 언론 현실은 비참하다. 어떻게 이렇게 하루아침에 망가질 수 있단 말인가, 망연자실했다. 이런 상황에 양승동 사장이 KBS를 깊이 성찰하는 글을 책으로 묶어 냈다. 그렇다. 거기 희망의 길이 있을 것이다. … 다시 시작하는 지침서가 되길 바란다. 모든 구성원과 함께 환영하고 고대한다.(김상근 전 KBS 이사장)
이 책은 양승동 PD가 1989년 입사한 이후 전개된 KBS의 민주화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학자들처럼 멀리서 바라보는 제삼자적 관점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참여한 방송 현장의 르포르타주다.(이창현 전 KBS 시청자위원회 위원장)
◉ 책 속에서
30년 동안 KBS가 많은 파행과 갈등 속에서 구성원들이 치열한 내부 토론을 통해 계속해서 집단 의지를 만들어 내고, 이를 바탕으로 정권의 방송장악에 맞서 싸우며 시민과 시청자 곁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려 했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프롤로그, 25쪽)
6월 민주항쟁이 6·29 선언으로 일단락되자, 거리로 나갔던 PD들은 회사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들은 더 이상 예전의 그들이 아니었다. 6월 항쟁이 KBS 사원들에게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떨치고 일어날 수 있도록 양심을 깨우고 용기를 준 것이다. (부끄러움을 넘어서, 40쪽)
(1990년) 4월 투쟁은 이후에 KBS 구성원들에게 그리고 나에게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비록 낙하산 사장 반대라는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부당한 권력의 개입에 대해서는 저항한다는 DNA가 이때 만들어진 것이다. (부끄러움을 넘어서, 100쪽)
〈인물현대사〉를 제작하는 동안은 본인의 제작 역량이 문제이지 위로부터의 압력이나 제작 여건을 탓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였다. 한 편 한 편 시간 압박을 받을 때가 많았고 완성도에 아쉬움이 있을 때도 종종 있었지만, PD로서 보람을 가장 많이 느꼈다. 돌이켜 보면 PD로서 나의 황금기는 바로 이 시기이다.(민주화, 결실을 맺다, 172쪽)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방송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연주 사장 시기의 제작 자율성 보장 조치가 있었다. 당시 뉴스와 프로그램을 취재하고 제작했던 기자와 PD들은 바로 이 시기에 제작 자율성이 활짝 꽃피었다고 입을 모은다. 바로 이 시기에 뉴스, 시사·교양·다큐, 드라마와 예능, 그리고 라디오까지 모든 장르에 걸쳐 활력이 넘쳤다.(민주화, 결실을 맺다, 174쪽)
KBS 본관 앞은 촛불 시민들이 매일 찾아오는 공간이 되었다. 나는 매일 저녁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었다. … 정연주 사장이 결국 해임되기 전까지 두 달 동안 시민들의 촛불은 KBS의 어두운 밤을 밝혀주었다. (다시 부끄럽지 않으리라, 212쪽)
이명박 대통령의 감옥행으로 ‘특보 체제의 역설’은 최종적으로 입증된다. MB 정권은 KBS에 특보 사장을 낙하산으로 투입하고 특보 체제를 만들게 했다. 하지만 그 결말은 이렇게 한 편의 부조리극으로 끝났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인가? (특보 체제와 새노조, 316쪽)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조합원들은 물론 보직 간부들까지 들고 일어나자 결국 길환영 사장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KBS판 명예혁명이었다. 이번에 ‘142일 파업’이라는 KBS 역사상 최장기 파업 사태를 초래한 고대영 사장은 내려와야 했다. (역사의 필연, 436쪽)
지금 KBS는 무성했던 잎사귀를 떨구게 된 나목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절망하지 않는다. 조만간 다시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울 것으로 믿는다. KBS의 뿌리가 깊고 건강하기 때문이다. …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부터 2016~17년 촛불항쟁, 그리고 ‘142일 파업’까지의 KBS 민주화 여정은 구성원들의 기억 속에 깊게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에필로그, 4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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