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러운 마음이 불러일으키는 ‘명랑한 반란’
2024년 《서정문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조갑출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이다. 현대인이 쉬이 지나치는 풍경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그것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찾고자 애쓰는 시인의 마음씨가 정답고 포근하다. 그 너그러움이 불러일으키는 ‘명랑한 반란’은 독자의 마음에도 밝고 환한 흔적을 남길 것이다.
◉ 책 소개글
사람을 꽃으로 바꾸어 놓는 놀라운 마법
2024년 《서정문학》에서 〈날마다 낯을 씻는 골목〉 외 2편으로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 조갑출의 첫 번째 시집 《명랑한 반란》이 나남시선 98번으로 출간되었다. 바삐 돌아가는 도시인들이 쉬이 지나치는 장면 하나하나에 조갑출 시인은 의미를 부여하면서, 그것이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이러한 섬세한 시선 위에 갸륵한 마음씨가 얹어져 시인은 끝내 현대인들을 한 송이의 ‘꽃’으로 바꾸어 놓는다. “사원증 목에 건 사람들/ 작업 조끼 입은 사람들// 활짝 핀 벚꽃 아래/ 꽃보다 더 환하게// 사람꽃이/ 군락으로 피어난다”(〈사람꽃〉) 오직 시와 시인만이 부릴 수 있는 놀라운 마법이다.
이 땅의 모든 이에게 바치는 연민의 노래
조갑출 시인의 시에 가장 두드러지는 감정은 바로 연민이다. “등 굽은 노파가 건네는 종잇장엔/ 외면할 수 없는 애잔함 묻어나/ 도사렸던 손 내밀 수밖에”(〈춤추는 광고지〉), “포장 쓰임새 다 한 일회용기/ 저리 냉정하게 버려지는데/ 한 생애 일회용인 우리 삶인들/ 무에 그리 다를까”(〈소꿉놀이〉) 등 그가 쓴 시 안에는 인간의 삶을 안쓰러워하는 마음이 그득하다. 하지만 시인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이렇게 선언한다. “힘없는 당신이 애처로워/ 당신 보호하며 편들기로/ 나의 안타까움/ 나의 애착이/ 당신에게 향하므로”(〈옹호자 되기로〉). 그리하여 “서로가 서로를 부축하며/ 절묘한 평형 이루는”(〈버팀목〉) 세계를 꿈꾼다.
◉ 책 속에서
너는 늘 기도 속 첫 손님/ 세상 값진 소망 모두 채워/ 네 영혼의 버팀목 되고 싶어(〈첫정〉 중에서)(4쪽)
그리 재미났을까/ 고개 젖혀 목젖으로 웃어 대던 순간/ 하늘에 걸린 보랏빛 샹들리에// 아 등나무 그늘이구나(〈등꽃〉 중에서)(21쪽)
그날들 이후/ 새날이 밝았다는 이유만으로/ 가슴 벅찼던 기억은 없지// 낮처럼 밝은 밤에 길든 지 오래/ 여명 아닌 기계음으로/ 먼동이 튼다는 걸 알게 될 뿐(〈동틀 무렵〉 중에서)(35쪽)
추워도 추운 줄 모르는 집/ 외풍 모르고 사는 이들이/ 헛집 사는 이들/ 살펴 가며 살기를// 대한 소한 강추위에/ 한데서 일해 먹고사는 사람들/ 그들 고생 헤아릴 줄 알기를(〈어머니의 월동 기도〉 중에서)(78쪽)
채소 아쉬운 이에겐 채소로/ 과일 고픈 누구에겐 과일로// 그의 절실함 채워 주는/ 기특한 것을// 나도 누군가의/ 목마름에 맞갖은 사람이고 싶어(〈토마토〉 중에서)(102쪽)
돌림병 들면/ 손님이라 구슬리며/ 큰 님이야 작은 님이야/ 비위 맞춰 가며 얼렁뚱땅/ 우리 아가는 비껴가길 바랐지// (…) 행여 닳을까/ 쳐다보기도 아까운 아가에게/ 무지막지스레 붙인 섬뜩한 이름들만 남겼나// 그 예쁜 이름들/ 다 어디로 사라지고(〈그 예쁘던〉 중에서)(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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