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내가 사라졌다

김윤덕 지음

판매가(적립금) 18,000 (900원)
분류 에세이
판형 신국판-무선
면수 336
발행일 2024-09-25
ISBN 978-89-300-0686-6
수량
총 도서 금액     18,000

이 땅의 모든 ‘줌마’를 위한 찬란한 인생백서

 

온몸으로 세상을 살아 가는 이들이 건네는 삶의 병법

 

30년 글쟁이로 살아온 김윤덕 기자가 《오늘, 아내가 사라졌다》를 출간한다. ‘입에 단내 나도록’ 살아온 필부필부의 인생사를 글감으로 삼아, 삶의 쓴맛과 단맛을 활달한 입말로 써 내려간 칼럼 ‘줌마병법’ 연재분을 묶어 낸 책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줌마’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사회적 호칭에 순응하면서 살아가지만, 때로는 섬광처럼 찾아온 자의식을 통해 거추장스러운 ‘아(我)’를 버린다. 그들은 ‘아줌마’란 명칭이 강제한 인습의 틀에서 벗어나 ‘줌마’로 가볍게 날아오르면서 질풍노도와 같은 입심을 발휘한다. 그녀들의 활달한 이야기는 세상의 풍파와 치른 전투를 통해 깨친 생활의 병법을 담고 있다. 한편 그녀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남자들의 속마음도 빼놓지 않고 다룬다. 일터에서 받은 수모로 눈물을 몰래 훔치면서도 가족들을 보며 다시 한번 웃는 그들의 뒷이야기는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새삼 돌아보게 만든다.

김윤덕의 종횡무진과 쾌도난마의 글발로 다시 쓰이는 이 인생백서는 웃음의 날개를 달았다가, 속 깊은 울음의 바다에 빠졌다가, 달콤쌉쌀한 맛을 입안에 퍼뜨렸다가,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다시 솟아오른다. 말과 글이 일심동체로 굴러가면서 독자의 가슴속에 깊고 선연한 감동의 고랑이 파인다.

 

 

 

◉ 책 소개

 

고된 날도 신명나게 살아가는 줌마들의 인생병법

전국 팔도를 발로 뛰며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글감 삼아 한 여성이자 언론인으로서 써 내려간 생활의 병법서. “콩트라는 형식과 일상적인 소재를 가지고 자신만의 장르를 구축해 풍자 저널리즘의 새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24년 제41회 최은희여기자상을 수상한 김윤덕 기자가 《오늘, 아내가 사라졌다》를 출간했다.

다소 괄괄한 어감이 묻어나는 ‘아줌마’라는 말에서 엿보이듯, 중년 여성은 대한민국에서 서러운 존재다. 그러나 저자는 오히려 “펑퍼짐한 아줌마라 나는 좋다”고 말하며 저마다 아내로, 어머니로, 딸로, 며느리로 살아가는 이 땅의 여성들을 “이 책의 공동 저자”로 당당하게 불러낸다. 그의 글 속에서 ‘줌마’로 가볍게 날아오르는 아줌마들은 “우산 없이 비 쫄딱 맞으며 걸어 보는 것도 사람 사는 맛”이라며 살짝 윙크를 날리고, 펑퍼짐한 넉살과 유머로 세상에 주눅 들지 않는 배짱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

비단 여성들만이 이 병법서의 주인공인 것은 아니다. 줌마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남자들의 북적이는 수다 역시 이 달콤쌉쌀한 인생백서의 한 페이지를 차지한다. 남자들에게는 그들만의 비애가 있다며 항의 편지를 보내온 한 중년 독자의 하소연, 은퇴한 뒤 굴착기 기사로 인생 2막을 열고자 하는 전직 시사교양PD의 사연, 중년이 되어서야 글쓰기의 참맛을 알았다는 어느 수강생의 고백은 숱한 아버지와 남편들의 가슴에 맺힌 이야기까지 허심탄회하게 들려준다.

“시대의 밑바닥을 온몸으로 살아낸 무명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흠모하는 마음으로 바치는 이 에세이는 그렇게 현대사의 변두리에 물러나 있던 이들에게 자리를 내어 준다. ‘줌마 기자’ 특유의 활달한 문체로 선보이는 입담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갔던 이름 없는 이들이 시대의 질곡을 견뎌 낸 ‘무명의 현자’로 다시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활달한 글맛으로 펼치는 필부들의 수다

남대문 골목에서 칼국숫집을 운영하며 일흔까지는 국수 말게 해 달라고 매일 밤 기도하는 순례 씨, ‘전라도 말 징허게 쓰는’ 무교동 횟집의 명물 김 전무, 서귀포 민박집에 찾아든 손님들과 매일 밤 울고 웃으며 지낸다는 애순이네….

전국 팔도에서 싣고 온 구수한 입말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전한다. 충청도 며느리는 “단디 다녀오니라”라는 투박하고도 정감 어린 시어머니의 말에 마음속 ‘베름빡’을 허물기도 하고, 경상도의 어느 부부는 티격태격하면서도 “식구들 먹여 살린다꼬 달려온 거 내 압니더” 하며 서로의 ‘메리 크리스마스’를 빌어주기도 한다. 인생의 감칠맛이 녹진히 밴 이들의 수다는 “활어처럼 펄떡이는 날것의” 입말이야말로 우리 안의 벽을 허무는 연장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말과 글이 혼연일체를 이루고, 필부들의 수다로 항시 북적이는 그의 글은 가슴에 맺힌 인생의 고해를 쩍 가르며 해방감을 안긴다.

 

 

 

◉ 책 속에서

 

 

“너무 반듯하게 사는 거, 위선이더라고. 그야말로 백치 인생을 살았지 뭐야. 한 번쯤 일탈해도 세상이 무너지지 않던걸? 우산 없이 비 쫄딱 맞으며 걸어 보는 것도 사람 사는 맛이던걸?”

_〈옆집 여자의 위험한 고백〉, 95쪽

 

 

살아 보니 인생은 무승부. 부자나 가난한 이나 향할 곳은 오직 한 군데이고,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이더군요. 비록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죽기 전 남편이 “당신이 내 구세주였소” 한 말로 큰 상 받았다 치려고요. 저 하늘에 가면 울 엄마도 ‘잘했다’ 쓰다듬어 주실까요.

_〈살아 보니 인생, 무승부더라〉, 77쪽

 

 

“사람에게서 얻은 병은 사람으로 치유해야 하느니. 바람난 처녀마냥 햇살 마중도 하고, 꽃그늘 아래 누워도 보고, 여자들이랑 몰려다니며 이바구도 떨고 그래라. 이도 저도 싫으면 소리라도 빽빽 지르든가.”

_〈엄마와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109쪽

 

 

그러고 보니 적막하게 굽은 아버지의 등을 밀어 드린 지 10년도 넘었다. “피 난다, 좀 살살 밀어라” 하던 늙은 사내의 엄살이 그 얼마나 통쾌하고도 서러웠던가. 소주잔 위로 아들의 뜨거운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_〈색채 없는 철종 씨의 팔월 한가위〉, 244쪽

 

 

살림 그거 우습게 봤더니, 아니더라. 사람을 살리는 일이더라. 쌀 한 톨 키워 내는 농부의 수고도 귀하지만, 가족 위해 따뜻한 밥상 차려 내는 손길은 백배 더욱 귀하더라. 재미도 있었다. 살림을 몰랐으면 인생의 재미를 절반밖에 모르고 갈 뻔했으니 얼마나 억울하냐. 생쌀에 서정抒情의 물기를 부어 밥을 짓는 것이 시인이라고 하더니, 내가 요즘 시 쓰듯 밥 짓는 재미로 산다.”

-〈시아버지의 김장김치〉, 268쪽

 

 

용서해야만 과거라는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고, 용서해야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였다. 멀리 포토맥강 변으로 무지개가 떠올랐다. 쌍무지개다. 반가운 소식 오려나. 이제 그만 내려놓으려 한다.

_〈워싱턴 DC에서 만난 남자〉, 337쪽

서문펑퍼짐한 아줌마라, 나는 좋다7

 

 

 

1장 나도 마누라가 있었으면 좋겠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17

나도 마누라가 있었으면 좋겠다21

피를 팔아도 좋아! 허삼순 매혈기 27

어느 뮤지컬 여배우의 장밋빛 인생32

새 봄, 당신의 몸과 연애하세요37

나는 대한민국의 외줄타기 청소부41

언니야, 여기 칼국수 한 그릇45

무교동 횟집의 비밀병기를 아십니까?50

부장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54

어느 봄날, 인수봉 아래 밥집에서58

그녀는 예뻤다62

 

 

2장 살아 보니 인생, 무승부더라

홍대앞에서 온 편지69

살아 보니 인생, 무승부더라74

허허실실 최 여사의 마음수행법78

49년생 김지영과의 인터뷰82

꽃이 지네, 사랑도 지네86

옆집 여자의 위험한 고백92

봉 여사가 운전대를 잡은 까닭은?97

세밑, 두 여인의 논평101

엄마와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106

RM은 보았다, 몸으로 쓴 여인들의 시를111

 

 

3장 불타는 금요일, 새벽 4시 58분에 귀가한 그대에게

불타는 금요일,

새벽 4시 58분에 귀가한 그대에게117

아내가 복싱을 배우기 시작했다121

그 댁 남편도 가을바람 나셨나요?125

꽃비 오는 날, 아내의 봄바람을 막는 법130

오고 가는 덕담 속에 꽃 피는 봄이 오네134

가을, 당신을 위한 주례사139

크리스마스, 대화가 필요해145

바가지도 사랑이란 걸 그때는 몰랐네150

한여름 밤, ‘그대’에게 쓰는 연애편지154

 

 

4장 남자가 시를 쓰기 시작했다

어느 은퇴남에게서 온 항의편지161

대장부들의 달콤쌉사래한 수다165

갱년기엔 영웅이와 구 씨가 답이지170

어느 이기적인 샐러리맨의 고백174

코리안 대디를 위하여 건배!178

남자가 시를 쓰기 시작했다182

열대야에 부르는 사미인곡187

위대한 삶도, 시시한 삶도 없다192

아내가 사라졌다197

 

 

5장 메멘토 모리, 병실에서 만난 철학자

김 부장의 글쓰기 숙제205

폼생폼사, 장인어른과의 반나절 데이트210

메멘토 모리, 병실에서 만난 철학자215

색채 없는 철종 씨의 팔월 한가위220

아버지 찾아가던 봄날엔226

어디, 이런 남자 없습니까?230

가장의 이름으로 고하노니234

예순넷, 팔팔 청춘에 쓰는 이력서238

광화문 미로에서 만난 남자242

 

 

6장 며늘아, 나도 명절이 무섭다

올케, 엄마를 부탁해249

며늘아, 나도 명절이 무섭다253

내 아들이 제육볶음 만드는 법을

배우려는 까닭은?257

충청도 장모 vs 서울 사위262

시아버지의 김장김치266

열두 살, 그들만의 씁쓸한 인생271

세상의 모든 훈련병 엄마들을 위하여276

어느 시어머니의 주례사280

가을날, 올갱이국을 끓이며284

마지막 김장김치를 부치고288

 

 

7장 천국에서 먹은 32만 원짜리 바나나

소망식당, 4000원의 행복295

서귀포 ‘애순이네 민박’에 놀러 옵소예299

비엔나에서 온 편지303

미스터 정의 일본 유람기308

나는 빠리의 여행가이드312

천국에서 먹은 32만 원짜리 바나나317

렘브란트처럼, 당신도 웃고 있나요?322

워싱턴 DC에서 만난 남자327

 

김윤덕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월간 〈샘터〉, 〈경향신문〉을 거쳐 〈조선일보〉 기자로 일하고 있다. 

2024년 제 41회 최은희여기자상을 수상했다.

《우리는 모두 사랑을 모르는 남자와 산다》, 《겪어야 진짜》, 《유모차 밀고 유럽 여행》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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