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

송호근 지음

판매가(적립금) 17,800 (890원)
판형 신국판
면수 376
발행일 2024-08-15
ISBN 978-89-300-06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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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던 싸움을 끝까지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김훈 소설가)

이 시대의 지성, 송호근이 내놓은 신작 장편소설!

 

 

 시대의 지성 송호근이 소설가로 귀환한다. 그의 세 번째 장편소설 《연해주》가 나남출판에서 출간되었다. 시베리아의 칼바람 속에서도 뜨거운 삶을 살았던 한 사람의 이야기다. 바로 일제강점기, 연해주에서 독립군 사령관으로 활약했던 실존인물 김경천(金擎天, 1888~1942)이다. 당시 그의 활약상은 ‘백마 탄 김장군’이라는 전설로, 조선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에까지 회자된 바 있다. 김훈 작가는 추천의 글 〈말과 총〉에서 “이 소설은 싸우던 싸움을 끝까지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모든 등장인물이 신민에서 시민으로 진화하려는 열망을 증언한다”고 썼다. 소설 《연해주》는 망국의 역사를 온몸으로 감당해야 했던 한 인물을 통해 시대와 끊임없이 다퉈야만 하는 인간의 운명을 드러내고 있다.

 

▎책 소개글

 

 

이병주국제문학상 수상작가 송호근의 세 번째 장편소설

 

 

- 연해주는 혁명과 분열, 내란과 투쟁, 빨치산 의병대와 제국군대가 대평원의 평화로움을 한꺼번에 깨뜨리고 있는 역사의 현장이었다. (172쪽)

 

 

 

- “우리 시대, 나라가 처한 상황이 우리 운명을 결정한 것이오. 내가, 나 스스로 나의 운명을 결정하고 싶었는데, 거꾸로 된 거요. 나의 결정권을 시대에 넘겨줬다고나 할까,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나도 같소.” (233쪽)

 

 

첫 장편소설 《강화도》(2017)로 이병주국제문학상을 수상한 송호근이 《다시, 빛 속으로》(2018)에 이어 신작 《연해주》를 출간했다.늘 냉철한 시선으로 우리 사회를 진단하던 그가 이번에는 뜨거운 이야기로 대한민국의 시원을 되돌아본다. 일제강점기, 연해주에서 활약한 김경천(金擎天, 1888~1942) 장군이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대한제국의 군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나온 뒤 장교로 복무했다. 그러나 대한제국이 무너지던 당시 김경천은 ‘시민의 자유’에 눈떴고, 3·1만세운동을 현장에서 목격한 뒤 연해주로 망명해 항일 무장투쟁에 헌신한다. 당시 그의 활약상은 ‘백마 탄 김장군’이라는 전설로 러시아와 중국에 회자되어 〈동아일보〉 등을 통해 조선에까지 전해졌다. 그러나 국내 진군을 앞두고 소련 정부의 정치적 희생양이 된 그는 수용소군도에 수감,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소설 《연해주》는 시베리아 칼바람 속에서도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위인 김경천의 생애를 좇으며 당대의 현실과 부딪히며 좌절하는 한 인간의 운명을 박진감 있게 그려 낸다.

 

 

시민(市民)과 국민(國民)이 탄생한 시원 속으로

 

 

- 경천은 아찔했다. 고종이 여전히 군주로 남아 있는 경천에게 제권은 끝났고 민권이 시작됐다는 선언은 그의 가치관을 일시에 뒤집어 놓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민권 시대가 개막됐다! 그 민권은 우리 것이다, 따라서 일본에 양여한 것은 무효다! 신규식의 포효가 들렸다. (100쪽)

 

 

- 평범함을 회복하기 위해 인생을 던졌다. 타인들의 평범함, 이웃들의 평범함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그 속에서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은 소망은 왜 이렇게 어렵고 불가능한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과 평화롭게 한평생 살아가는 것을 막는 이 역사란 대체 무엇인가. (349쪽)

 

 

 

 

대한제국 황제였던 고종의 서거로 ‘군주의 나라’에서 ‘국민의 나라’로 옮아가던 시기, 그 무렵 민권(民權)에 눈뜨며 탄생한 자유민은 김경천 혼자만이 아니었다. 소설 속에는 지청천, 최재형, 이상재, 정재관 등 당시 실존했던 인물들이 등장하여 국가에 대한 견해와 이념을 들려준다. 그리하여 갈림길 앞에선 그들의 선택은 독자에게 시대와 개인의 관계, 즉 운명에 대해 숙고하도록 만든다. 섬세한 필치로 이 역사적 인물들을 되살려 낸 송호근은 작가의 말에서 “민권이란 시민과 국민의 출발점”(11쪽)이라고 썼다. 이야기 속 묘사되는 세태와 풍경이 ‘관원과 백성’에서 ‘시민과 국민’으로 진보하고자 했던 모든 개인의 투쟁을 대변한다. 소설 《연해주》는 김경천과 그의 시대를 경유해 현재의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우리들, 바로 시민과 국민에 탄생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 경천은 손이 뒤로 묶인 채 광장 바닥에 쓰러진 백군 장교들을 바라봤다. 선혈이 눈을 적셨다. 붉은 피와 백색의 눈이 서로 스며 무엇을 만들어 내는가. 평화, 독립 혹은 무엇? 잔인한 광경이었다. 역사는 이토록 잔인하고 냉혹한 장면을 요구하는가? (257쪽)

 

 

- 혁명을 좇아 연해주로 온 것은 운명이었다. 한 시대가 자신의 인생 속으로 걸어 들어온 것도 운명이었다. 인간과 혁명이, 혁명과 시대가 운명과 맞닿아 지피는 포연(砲煙)에 길을 잃을지라도 내처 가야 했다. 인생은 꿈과 현실의 접전(接戰)이 그리는 궤적이다. (360쪽)

 

 

소설 《칼의 노래》, 《하얼빈》 등을 쓴 작가 김훈은 이 책의 추천사에 “싸우던 싸움을 끝까지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언어의 길이 끝나는 자리에서 사람들은 무기를 들었다. 모든 등장인물이 신민(臣民)에서 시민(市民)으로 진화하려는 열망을 증언한다”(추천의 글 〈말과 총〉 중에서)고 썼다. 그의 말처럼 송호근은 《연해주》를 통해 ‘제국’에서 ‘민국’으로 변화하던 세기, 그 요동치는 시대를 산 모든 이가 온몸으로 역사의 강을 건넜음을 도도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그려 낸다. 학문이 미처 밝히지 못한 진실의 영역을 문학이 환히 비추고 있다. 소설 《연해주》는 ‘인간은 무엇으로 살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끊임없이 답해 온 송호근이 내놓은 가장 성실한 대답이 될 것이다.

 

 

▎추천의 글

 

 

말과 총

 

 

서울의 북악산―경복궁―세종로 네거리―서울광장(덕수궁 앞)―남대문에 이르는 거리는 조선 왕조의 이념적 축이었고 지금은 대한민국의 상징가로이다. 수천 년 역사의 모순이 이 거리에 모여서 들끓었고 폭발했다. 그리고 이곳이 바로 작가 송호근의 사유의 장소이다. 국치 이후 이 공론과 싸움의 장은 만주와 연해주로 옮겨갔다.

 

이 소설은 싸우던 싸움을 끝까지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언어의 길이 끝나는 자리에서 사람들은 무기를 들었다. 역사는 개인의 삶 속으로 흘러들어 왔고 개인들은 몸으로 역사를 감당했다. 이 소설에 나오는 모든 인물이 신민에서 시민으로 진화하려는 인간의 열망을 증언하고 있다.

인간과 세계 사이 관계를 설정하는 일은 어렵고 또 어렵다. 중생계는 영원한 미완성이다.

 

- 김훈(소설가)

 

 

▎책 속에서

 

 

경천은 스르르 눈이 감기는 것을 느꼈다. 숲이 흐릿한 자취를 남기더니 시야에서 사라졌다. 감미로운 목소리도, 말의 온기도, 통증도 작은 점처럼 점차 사라졌다. 캄캄한 천지에 별들이 은하수처럼 흘렀다. 아버지와 형의 얼굴이 떠올랐다 멀어지고, 정화와 딸아이들의 얼굴도 형체를 알 수 없는 어둠 속으로 밀려들어갔다. 아늑하고 깊은 잠이었다. (37쪽)

 

 

마음 깊은 곳에서 치솟아 올라오는 한과 울분과 감동을 주체하지 못했다. 꾹꾹 눌러 놓았던 독립의 기대와 희망이 바위 같은 누름돌을 벌컥 열어젖히고 솟아 올라왔다. 아, 얼마 만에 느끼는 희열인가. 마음을 누르던 바윗돌 빗장이 열리자 광서의 몸은 날아갈 것 같았다. 손이 떨렸다. 황실유학생으로 기슈마루를 탔던 십수 년 전의 그 설렘이 몸을 감쌌다. 제물포 앞바다 파도가 뱃전을 때렸다. (135쪽)

 

 

망명 계획을 은밀히 고백한 그날 밤 광서의 아내는 펑펑 울었다. 운명을 탓하는 울음이었고 운명을 받아들인 울음이었다. 망명이라는 낯설고 막막한 삶 앞에서 두 사람은 어떤 기획도 기약도 할 수 없었다. 다만 두 손을 잡고 점점 짙어지는 어둠을 맞이할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봄 새가 울었다. 아이들은 자고 있었다. (159쪽)

 

 

수류탄 수십 발이 갱 속에서 터졌다. 마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기선을 제압당한 적들은 혼비백산 뿔뿔이 달아났다. 경천은 소총 방아쇠를 당겼다. 마적들이 굴러떨어졌다. (194쪽)

 

 

“우리 시대, 나라가 처한 상황이 우리 운명을 결정한 것이오. 내가, 나 스스로 나의 운명을 결정하고 싶었는데, 거꾸로 된 거요. 나의 결정권을 시대에 넘겨줬다고나 할까,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나도 같소.” (233쪽)

 

 

시베리아는 광활하고 익명이다. 삼림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은 야생 동물처럼 이름이 없다. 늑대에 이름을 붙이지 않듯, 그냥 늑대고 여우다. 경천과 경옥이 아니고 그냥 사람이다. 익명을 보장하는 삼림이 마치 부드러운 이불 마냥 느껴졌다. 혁명을 버리고 어디론가 숨어들 수 없을까. (240쪽)

 

 

경천은 손이 뒤로 묶인 채 광장 바닥에 쓰러진 백군 장교들을 바라봤다. 선혈이 눈을 적셨다. 붉은 피와 백색의 눈이 서로 스며 무엇을 만들어 내는가. 평화, 독립 혹은 무엇? 잔인한 광경이었다. 역사는 이토록 잔인하고 냉혹한 장면을 요구하는가? (257쪽)

 

 

작은 쪽창에서 비춰드는 달빛이 위안이었다. 고향 마을에서 쬐던 달빛처럼 은은했다. 그 달빛을 타고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과 누이들 얼굴이 아련하게 내려앉았다. 평범한 생활의 아름다움이었다. 그 평범함을 회복하기 위해 인생을 던졌다. 타인들의 평범함, 이웃들의 평범함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349쪽)

 

추천의 글

말과 총(김훈) 8

 

 

작가의 말

그가 나를 데리고 연해주로 갔다 10

 

 

프롤로그

교전(交戰) 13

 

 

1부 운명의 문(門)

대한제국 41

요코하마공원 72

방황(彷徨) 93

운명의 문 117

결행(決行) 145

 

 

2부 혁명의 전선

연해주 169

수청 독립의병대 195

추구예프 계곡 217

진격(進擊) 248

폭풍 속으로 278

사랑과 혁명 305

달빛 유언 337

 

 

에필로그

역사는 몸속을 흐른다 363

 

 

부록

참고문헌과 인물들에 대하여 368

김경천 연보 370

송호근

경북 영주 출생. 장편소설 《강화도》, 《다시 빛 속으로》, 소설집 《꽃이 문득 말을 걸었다》 등을 냈다. 이병주국제문학상(2017), 지훈학술상(2024)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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