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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의 가장 낯선 상상력’ 카프카 사후 100주년
한국 대표 문인이 펼치는 카프카 문학의 향연
《카프카, 카프카》는 현대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 카프카의 사후 100주년을 맞아 카프카 문학이 지닌 의미를 오늘날 한국 문학의 관점에서 재조명한 책이다. 카프카의 문학에서 영감의 날개를 얻은 김혜순, 이기호, 신형철 등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들이 카프카적 상상력과 지금 여기 우리의 현실을 결합하여 오늘의 한국 독자들을 매혹시킬 작품들을 선사한다. 카프카의 환상적인 문학세계를 떠올리게 하는 실험적 시와 엽편 소설, 카프카 문학의 심연을 들여다본 날카로운 평론, 수수께끼 같은 카프카의 아포리즘에 대한 명쾌한 해설은 오직 이 책에서만 만나 볼 수 있다. 쿤데라가 ‘꿈과 현실의 이음새 없는 결합’이자 ‘검은색의 기이한 아름다움’이라고 찬탄했고, 보르헤스가 ‘그는 몇 행만으로 영원히 남을 상처를 새겨 넣는다’고 탄복했던 카프카의 문학세계를 한눈에 즐길 수 있는 책이다.
▎책 소개글
‘불멸의 작가’ 카프카 100주기를 기리다
1924년 6월 3일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가 세상을 떠났다. 모든 원고를 불태워 달라는 카프카의 유언을 어기고 그의 작품들을 출판한 친구 막스 브로트는 20세기가 ‘카프카의 세기’로 알려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실제로 카프카의 문화적 영향력은 보르헤스, 쿤데라, 마르케스, 카뮈, 사르트르를 넘어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에까지 미쳤으며, 21세기에도 여전히 카프카는 현대문학의 가장 중요한 작가로 여겨진다.
카프카는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인간의 고독과 불안을 통찰하고 초현실적 기법으로 표현함으로써 독보적인 문학세계를 구축했다. 기묘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미궁 같은 현실을 탁월하게 그려 내는 카프카의 고유한 언어와 표현세계는 카프카에스크(카프카적)라는 단어를 낳았을 정도이다. 카프카에스크는 그 어떤 ‘작가적’이라는 의미의 단어(Dickensian, Proustian, Miltonic, Chaucerian, Orwellian 등)보다 유명한 단어이며, 작가 이름에서 파생된 단어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일상으로 편입된 단어이다.
한국 문단에서도 카프카에스크는 마치 글쓰기를 부추기는 주술처럼 작용하면서 카프카에스크 문학을 형성해 왔다. 카프카 100주기를 맞아 펴낸 《카프카, 카프카》는 바로 이러한 한국의 카프카 현상을 한데 모아 한국 문학의 관점에서 카프카의 삶과 문학이 지닌 의미를 재조명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한국 문단의 별들이 펼치는 카프카 문학의 향연
《카프카, 카프카》에서는 한국 문학을 빛낸 기라성 같은 작가와 평론가들이 펼치는 카프카 문학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카프카 문학을 탐독하면서 글쓰기의 활로를 찾은 이들이 저마다 카프카 문학의 매력을 탐구한 흔적이 선연하다.
이기호 작가와 김행숙 시인은 카프카스러운 엽편 소설을 창작했다. 카프카 문학을 사숙한 체험에서 길어 올린 서사적 상상력을 펼쳤다. 시인 김혜순과 최승호는 카프카풍이라고 부를 만한 환상적 상상력의 시세계를 펼친 대표작을 소개했다. 평론가 김태환과 신형철은 카프카 문학의 심연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비평의 언어를 제시했다. 카프카 문학의 밀실들을 열어젖히는 열쇠 같은 분석과 해석의 평론을 썼다. 박돈규 〈조선일보〉 주말뉴스부장은 연극 전문기자로서 카프카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연극 〈빠알간 피이터의 고백〉을 풀이했다. 1970년대에 추송웅의 신들린 연기로 주목받은 그 1인극이 꾸준히 한국 연극계에서 불후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현상을 분석했다.
새로운 해석으로 만나는 카프카의 세계
스스로 ‘나는 문학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다른 그 무엇도 될 수 없다’라고 고백했던 카프카의 문학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연극, 미술 등 예술 장르뿐만 아니라 철학, 신학 등 다양 학문 분야에서 끊임없이 소환되고 해석되어 왔다. 모호한 상징과 낯선 비유 등으로 시대나 사회 혹은 관점에 따라 새롭게 해석할 가능성이 풍부한 ‘열린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이에 《카프카, 카프카》에서는 카프카의 사상과 문학세계를 이해하는 데 단초가 되는 카프카의 아포리즘 100여 편을 새롭게 번역하고 해설을 달았다. 이 아포리즘은 이미 몇 차례 국내에 소개된 바 있지만, 이번에 나남출판 편집부는 새 번역에 도전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아포리즘의 의미를 하나씩 풀어가는 해설을 덧붙였다는 점에서 이채를 띤다. 기존 번역본들이 아포리즘 소개에 치중한 것과는 달리 카프카의 소설, 편지, 일기 중에서 아포리즘 이해에 구체적 도움을 줄 대목을 찾아서 수수께끼 같은 아포리즘의 숨은 의미를 본격적으로 풀어냈다. 카프카의 아포리즘에 종횡으로 연결된 소설과 산문의 흔적들을 하나로 엮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외 연구자들의 분석까지 활용해 아포리즘 전편을 종합적으로 해설했다.
카프카 애호가뿐만 아니라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카프카 이해의 지평을 열어 주고, 카프카 문학의 미궁을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게 하는 열쇠가 될 책이다.
▎책 속에서
세상은, 그 안으로 도피하는 것 외에는, 즐길 방법이 있는가? (박해현 역, 〈카프카 아포리즘〉 25, 50쪽)
우리의 예술은 진실에 눈이 부셔서 매혹에 빠진 존재이다. 뒤로 물러나면서 기괴하게 찡그리는 그 예술의 얼굴 위를 비추는 빛은 진실하고, 그 밖에는 진실한 것이 없다.(박해현 역, 〈카프카의 아포리즘〉 63, 82쪽)
너는 이제 저 여자와 살아가는 불행을 견디지 않기로 한다. // 너는 이제 저 여자를 향한 노스탤지어 따위는 없어라고 외쳐 본다. // 그래도 너는 저 여자의 생시의 눈빛을 희번득 한번 해보다가 / 네 직장으로 향하던 길을 간다. 몸 없이 간다. (김혜순, 〈출근〉, 151쪽)
감전된 듯 푸득푸득거리면서 비둘기는 점점 등뒤로 멀어져 갔다. 사실은 우리가 빠르게 도망자들처럼 멀어져 가고 있었다. 에어컨을 틀고 있었고 차 유리문을 다 닫고 있었기 때문에 비둘기의 절규도 그 어떤 울부짖음도 들려오지 않았다. (최승호, 〈질주〉, 151쪽)
이 노트는 카프카의 선물일까, 저주일까. 분명한 것은, 만약 당신이 이것을 카프카의 선물이나 저주로 받아들인다면 그건 당신의 문제이지 카프카의 관심사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카프카는 카프카의 글쓰기에 매달려 있을 뿐이다. (김행숙 시인, 〈카프카의 유령〉, 170쪽)
“주님의 나라의 말씀을 배우게 해 달라고, 열심히 기도드렸어요. 한데, 아무리 기도해도 그게 잘되지 않는 거예요.” … “양승오 씨, 이만 끊겠습니다.” … “한데, 그게 실족사가 맞긴 맞는 건가요?” … 나는 두 손을 깍지 낀 채 잠깐 양승오 씨의 얼굴을 떠올려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또렷하게 기억났으나, 그의 얼굴은 좀처럼 그려지지 않았다. (이기호, 〈심사〉, 188~189쪽)
어떤 견고한 불변의 질서도 신뢰하지 못하고 거기에 의지하지 못하는 카프카적 생의 감각은 개인적 특이성을 넘어서 세기 전환기에 만연한 문명의 위기에 대한 첨예한 의식과 연관성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개인적 특성이나 시대적 특수성을 넘어서 더 깊은 차원의 보편성을 읽어 낼 수도 있다. (김태환 평론가, 〈혼돈의 바다에서〉, 201쪽)
법에 진입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오직 나만을 위한 불가능’이다. 각자에겐 자신에게만 허락된 어떤 불가능성의 경험이 있다는 것. 그런 게 있는가? 나는 이 물음 앞에서 ‘고통’ 외의 다른 답을 떠올리기가 어렵다. (신형철 평론가, 〈오직 나만을 위한 불가능〉, 211~212쪽)
카프카는 위대하고, 카프카는 사랑할 수 없다. (신형철 평론가, 〈오직 나만을 위한 불가능〉, 216쪽)
관객은 철장에 갇힌 피터가 출구 없는 삶을 어떻게 살아 냈는지 목격하면서 이 원숭이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자유를 억압당한 당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유추할 환상적 도피처를 이 연극이 제공한 셈이다. (박돈규, 〈출구를 찾아서〉, 2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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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내며: 카프카를 위하여 21
카프카 월드
카프카의 아포리즘 / 박해현 번역 및 해설 29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 프란츠 카프카 지음·오은환 번역 129
카프카에스크
시
출근 / 김혜순 149
이름 / 김혜순 152
질주 / 최승호 157
넙치 / 최승호 158
소설
카프카의 유령 / 김행숙 165
심사 / 이기호 179
카프카의 밀실
혼돈의 바다에서 / 김태환 193
오직 나만을 위한 불가능 / 신형철 205
출구를 찾아서 / 박돈규 219
카프카 연보 231
지은이 옮긴이 소개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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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199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현재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이다. 지은 책으로 《문학의 질서》, 《미로의 구조》, 《우화의 서사학》, 《실제 저자와 가상 저자》, 《우화의 철학》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모던/포스트모던》, 《피로사회》, 《투명사회》, 《에로스의 종말》, 《변신·선고》 등이 있다.
김행숙
199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사춘기》, 《이별의 능력》, 《타인의 의미》, 《에코의 초상》, 《1914년》,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가 있고, 산문집으로 《에로스와 아우라》, 《천사의 멜랑콜리》, 《사랑하기 좋은 책》 등이 있다.
김혜순
197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입선했고, 1979년 〈문학과지성〉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시집 《또 다른 별에서》, 《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 《어느 별의 지옥》, 《우리들의 음화》,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불쌍한 사랑 기계》, 《달력 공장 공장장님 보세요》, 《한 잔의 붉은 거울》, 《당신의 첫》, 《슬픔치약 거울크림》, 《피어라 돼지》, 《죽음의 자서전》, 《날개 환상통》,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등이 있다.
박돈규
2000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공연, 영화, 출판 등 경력 대부분을 문화부에서 채웠다. 지금은 〈조선일보〉 주말 섹션 ‘아무튼, 주말’을 만들고 있다. 뉴스를 발견하고 흥미롭게 전달하는 방식을 고민한다. 삶의 겉과 속,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는 배관공이라 생각한다. 지은 책으로 《뮤지컬 블라블라블라》, 《월요일도 괜찮아》, 《여기쯤에서 나를 만난다》 등이 있다.
박해현
〈중앙일보〉 기자를 거쳐 〈조선일보〉에서 파리 특파원, 논설위원, 문학 전문기자로 30여 년간 일했다. 현재 나남출판 주필이자 전문번역가이다. 옮긴 책으로는 카뮈의 《이방인》, 《결혼》, 《여름》 등이 있고, 공저로는 《해남 땅끝에 가고 싶다》, 《한국 문화유전자 지도》 등이 있다.
신형철
2005년 〈문학동네〉에 글을 발표하면서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조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이다. 지은 책으로 《몰락의 에티카》, 《느낌의 공동체》, 《정확한 사랑의 실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인생의 역사》 등이 있다.
오은환
성장기에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등에서 거주하며 언어에 대한 관심을 키웠고, 에밀 졸라에 반해 불문학을, 카를로 크리벨리에 반해 미술사를 전공했다. 현재 나남출판의 편집자로 일하면서 하버마스의 《탈형이상학적 사고》를 편집하고 있다.
이기호
199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공모에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 《최순덕 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김 박사는 누구인가?》,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장편 소설로 《사과는 잘해요》, 《차남들의 세계사》, 《목양면 방화사건 전말기》 등이 있다.
최승호
197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시집 《고슴도치의 나라》, 《진흙소를 타고》, 《반딧불 보호구역》, 《대설주의보》, 《세속도시의 즐거움》, 《그로테스크》,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인 나》, 《고비》, 《아메바》, 《방부제가 썩는 나라》, 《눈사람 자살 사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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