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연 ‘정보사회’를 살고 있는가?
민주주의, 정보 그리고 신기술 간의 관계에 대한 이론적 고찰
오늘날 우리는 사회생활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정보통신기술을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이 출현하는 정보시대에 성찰적 사회과학자들이 제기하게 되는 질문은 거역할 수 없는 물결 속에서의 인간의 위치에 대한 것이다. 즉 혁명적인 기술발전 과정에서 우리 인간은 어디에 위치하고 어디로 향하는가 하는 것이다. 과학기술과 사회 간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영국의 사회학자 프랭크 웹스터(Frank Webster) 교수의 역작인 이 책에서도 바로 이러한 질문에 대한 체계적 탐구가 이루어진다.
저자는 ‘정보기술혁명’과 ‘정보시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보사회’에 대한 추상적 척도를 거부하고 역사적 흐름과 실제 세계를 바탕으로 접근해야 하며, 이런 측면에서 비판이론이나 역사사회학이 다른 이론들보다 더 설득력 있다고 주장한다. 정보적 발달은 과거로부터 지속된 추세의 가속화라는 측면에서 ‘정보화’(informatization)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적 선행요인과 연속성의 관점에서 볼 때 ‘정보폭발’은 과거와 단절된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지속 및 확장 역사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이러한 입장에 있는 이론가들은 정보가 이전보다 더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정보화가 일차적으로 ‘기존의 그리고 연속적인 관계의 표현이자 결과’라는 점을 중요시한다. 반면에 역사적 연속성보다 변동의 우세를 주장하는 이론가들은 정보적 발전이 과거와의 체계적 단절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입장은 사회변동의 핵심적 요인들을 탈사회화하고 자율적 기제라는 특권을 부여함으로써 기술결정론으로 빠지기 쉽다.
저자에 따르면 정보적 발전은 자본주의의 역사와 압력이라는 맥락 속에서 가장 잘 평가될 수 있는데, 이는 많은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사업문명’이 지배하는 세계는 공통된 원리를 통해 통합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시장기제, 수익성, 임금노동, 지불능력 원칙 등의 이용증가에서 잘 드러나듯이, 오늘날의 세계경제는 자본주의적 행동방식의 확장과 성장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결론적으로 논의하는 또 다른 쟁점은 이론적 지식이다. 저자가 볼 때 이론적 지식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잠재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우리 시대를 과거와 구별해 주는 중요한 특징이다.
다양한 지능형 장치들이 일상적으로 활용되는 오늘날에는 기술중심주의적 사고에 대한 경계가 더 많이 요구된다. 그런데 ‘정보사회’에 대한 미래주의적 주장이 쉽게 수용되고, 심지어는 일부 사회과학자들 사이에서조차 ‘정보혁명’의 새로움과 놀라움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이 심심찮게 이루어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정보사회’ 이론가들에 대한 저자의 회의주의는 쉽게 수용되기 어려울 수도 있고, 비현실적인 주장이나 심지어는 단순한 궤변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술이 만연한 시대에는 당연시되는 가정들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회의를 추구하는 사회과학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점에서, 정보적 영역에 대한 저자의 비판적 분석은 유용한 통찰력을 제공해 준다.
제4판에 대하여
‘정보사회’ 관련 사회이론들의 대표적인 종합서라 할 수 있는 《현대정보사회이론》은 그동안 기술발전과 사회변동 추세 그리고 사회과학의 이론적 성과를 바탕으로 여러 차례 수정되었다. 그간의 개정판에서는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급속한 확산, 신자유주의의 공고화와 새로운 경제규범의 형성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 변화를 반영하여 논의를 전개하였다면, 이 세 번째 개정판(영문 제4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민주주의와 정보적 발전 간의 관계’에 대한 심층적 논의이다.
구체적으로는, 민주주의가 표현되고 재개념화되는 복합적인 환경에 대해 탐구하는 새로운 장이 추가되었고, 기존 내용도 대폭 수정되었다. 또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하이에크주의자들에 대한 논의와 이동성 관점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 형성과 정치사회적 참여에 대한 논의가 새롭게 추가되었다. 하버마스의 공공영역 개념과 공적 서비스 제도를 중심으로 논의되었던 정보와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도 민주주의 개념 변화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공적 서비스 제도의 역할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전면적으로 수정?확대되었다. 그밖에도 네트워크 사회와 관련된 카스텔에 대한 기존 논의에 매개(intermediation)의 중요성과 정치사회적 동원에 대한 논의가 추가되고, 감시의 양면성과 관련된 기든스에 대한 논의에서도 상징투쟁과 인식관리, 감시의 위험에 대한 논의가 강화되는 등 ‘민주주의’와 관련하여 기존 내용들을 대폭 보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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