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세상에서 가장 큰 슬픔을 애도함
4
첫째날
쾅, 세상의 문이 닫혔다. 아버님이 나를 정말 죽이실까? 아니야, 하고 나는 강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식
9
둘째날
아, 어찌하여 당신은 이다지도 비정하고 무자비할 수 있단 말인가.
달빛 자르기
69
셋째날
나는 시뻘건 불칼을 마구잡이로 휘두른다. 임금을 찌르고, 왕비를 찌르고, 세상은 온통 불바다, 칼바람이다.
불바다
141
넷째날
옆으로 길게 누워, 한쪽 귀를 바닥에 바싹 밀착시킨다. 땅 속에서 물 흘러가는 소리가 들린다. 졸졸졸, 꾸르르 쿨쿨, 콸콸콸, 콸콸.
저 물소리
211
다섯째날
마음속의 나무닭은 어디론지 훨훨 날아가 버리고, 그 대신 또 어디선지 어지러운 말발굽 소리가 들려온다.
나무닭
239
여섯째날
할바마마, 아비를 살려 주옵소서. 살려 주옵소서. 그런데 안 오다니, 그토록 울부짖던 내 아들이 아직껏 한 번도 내 곁으로 오지 않고 있다니!
녹은 쇠를 먹는다
265
마지막 일곱째날
그 분노와 살의도, 증오도, 복수의 칼날도 끊어진 지 이미 오래, 오직 줄기차게 덤벼드는 건 졸음 사이로 비쳐 들어오는 알 수 없는 한 줄기 빛다발뿐.
흙사람
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