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세계는 격랑에 휩쓸렸다. 사회주의와 자유주의의 오랜 대립에서 사회주의는 1970년대부터 한계를 드러냈다.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는 사회주의 해체의 상징이었다. 결국 사회주의를 지탱하던 사회과학 패러다임은 연방의 붕괴와 함께 해체되었다. 그 무렵 김일성 주석의 사망과 이어진 IMF는 한국 사회를 격랑 속으로 몰아넣었다. 더불어 탈냉전, 탈근대, 지구화, 정보화 등의 격변 속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이 늦어지며 사회학은 긴 위기를 맞았다. 그래서 한국 사회학의 지난 성과를 정리하고 새로운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 고려대 사회학과와 한국사회연구소 주관으로 학술대회를 열었으며 그 성과를 정리해 엮었다.
이 책은 김문조 교수의 기조발표문을 시작으로 그 외 총 16편의 논문을 4부 16장으로 구성했다. 각 부는 사회학의 연구 분야에 따라 구분했다. 제1부는 정치사회ㆍ경제사회ㆍ불평등을, 제2부는 역사ㆍ발전ㆍ통일을, 제3부는 가족ㆍ여성ㆍ범죄를, 제4부는 환경ㆍ의료ㆍ과학기술을 주제로 구성했다. 각 장에서 분야별로 이뤄낸 성과와 현재의 상황 그리고 전망을 담았다.
한편 지난날의 성과를 정리하는 데 자화자찬으로 끝나지 않았다. 사회학의 위기는 곧 학자의 위기라고 솔직히 고백하며 그동안 사회학계가 보였던 한계를 짚어냈다. 아울러 사회학의 다양한 위기 요소를 짚어나가며 이에 대한 성찰과 반성, 대안을 제시했다. 사회학은 다른 어떤 학문보다 성찰성이 강한 종합 학문이기에 미래 또한 어둡지 않다고 역설한다.
그렇다면 사회학은 과연 어떠한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김문조 교수는 기조발표문에서 성과주의적 학술지원 체제 아래 종합적 사유역량이 위축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이는 전문성이라는 미명하에 공공적 가치를 외면한 쪼잔한 연구물을 양산할 수 있다고 일침을 놓는다. 경쟁력 향상을 위해, 위기 극복을 위해 주어진 사회현실을 가급적 넓고 깊게 통찰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사회과학의 본질인 종합학문으로서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사회학의 소명을 다시 한 번 숙지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이른다.
과열경쟁을 조장해온 신자유주의적 생활양식이 탈(脫)경쟁원리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된 현시점이야말로 오랜 기간 외면된 사회학적 자산을 되찾아 새로운 삶의 전망을 제시함으로써 학문적 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는 ‘지적 명예혁명’을 본격적으로 기획해야 할 적기(適期)라는 생각이 든다.
-본문 중
최근 한국 사회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 현실의 위기가 높아져만 가는 이때 한국 사회학계의 반성과 새로운 대안 제시는 현실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회학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