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 보좌관의 목소리로 듣는 유엔과 반기문 이야기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의 38층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집무실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이곳이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들이 다루어지고 유엔 정책들이 마련되는 다자외교 최고의 ‘파워하우스’이다. 이상화 외교관은 2006년 반기문 사무총장 선거 캠페인 태스크포스 참여로부터 시작해, 2013년 3월까지 7년간 반기문 사무총장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이러한 그가 7년 동안 보고, 듣고, 겪은 유엔과 반기문 리더십 이야기를 생생하게 풀어냈다.
2011년 4월 러시아 출장지에서 일정을 모두 마치고 떠나기 전날, 러시아 외교부에서 반 총장 내외를 위해 오페라〈백조의 호수〉관람을 주선했다. 이들은 반기문 총장 내외를 포함한 대표단 일부에 대해서만 표를 제공했는데, 반기문 총장은 입장권을 받지 못한 10여 명 대표단 전원의 입장권을 자비로 구입해주었다. 그때 행정요원 및 경호원 등 실무 직원들이 받은 감동은 입장권 가격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중략) 이 밖에도 ‘반기문 총장을 직접 만나보고 겪어본 사람은 모두 그분의 팬이 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일화들은 수도 없이 많다.
―본문 중에서
어쩌면 사소해보일 수도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이러한 배려는 총장직 수행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반기문 총장의 ‘배려의 리더십’은 193개에 달하는 유엔 회원국의 신뢰가 되어 돌아왔다. 이러한 신뢰는 유엔 회원국 간 이해관계를 절충해나가는 교량자 역할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2장 “반기문 사무총장 선출과 연임”에서는 2006년/2011년 두 번의 유엔 사무총장 선거운동 이야기를 담았다. 유엔 사무총장 투표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그리고 반기문 총장은 어떤 과정을 거쳐 연임에 성공했는지 설명한 부분이 무척 흥미롭다. 5장 “변화된 국제환경 그리고 유엔의 역할과 한계”에서는 이집트 가자(Gaza) 지구 방문 당시 기자회견장 50m 근방에 로켓포가 떨어지는 등의 위험천만했던 순간들을 되돌아보았다.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유엔 사무총장의 역할과 활동이 얼마나 험난한 곳에서 이루어지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중재하기 위해 이집트 무르시 대통령과 면담을 예정했으나, 면담 전날 대통령의 여동생이 사망해 만남이 무산되는 변고가 닥치는데, 결국에는 이-팔 휴전을 이끌어낸 유엔 사무총장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6장 “주요 이슈별 반기문 사무총장의 성취”에서는 시리아 화학무기 제거, 유엔 개혁, 보호책임, 소수자 권익 보호 등 12개 분야로 나누어 반 총장의 업적을 짚어본다. 또한 공식석상에서 주로 영어를 사용하는 유엔 사무총장이 특별히 한국어로 행한 국회 연설문 전문을 실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10장 “유엔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서는 ‘유엔 사무총장에게는 전용기가 있을까?’ ‘사무총장의 활동비는 얼마나 될까?’ ‘유엔 공용어는 몇 개일까?’ 등 일반인들이 자주 묻는 7가지 질문에 답한다.
가장 가까이에서 7년간 사무총장을 수행한 비서실 보좌관이 들려주는, 뉴스에는 나오지 않는 유엔과 반기문 총장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유엔 전문사진기자가 포착한 결정적 순간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양하고 민감한 국제 이슈를 다루는 유엔의 활약과, 이에 얽힌 뒷이야기들을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알기 쉽게 설명한《유엔본부 38층》. 정치외교학 전공자, 국제기구에서의 근무를 꿈꾸는 청소년, 유엔 및 타 국제기구에 관심 있는 일반인까지 두루 읽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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