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

마르틴 하이데거 지음 신상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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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학술명저번역총서(학술진흥재단) 229
판형 신국판
면수 648
발행일 2008-03-15
ISBN 978-89-300-8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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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일변도로 치닫던 서구의 전통철학을 뒤흔든 20세기 사상계의 거장, 하이데거는 끊임없이 전통과 더불어 사유하고 호흡하면서도 전통의 낡은 틀에 얽매이지 않은 채, 오히려 그 낡은 틀을 존재의 근원으로부터 다시 새롭게 풀어내어 우리들 각자의 삶의 세계를 근원적으로 열어 밝히고자 시도한 깨어있는 사상가이다. 그의 사유는 존재의 진리를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사색의 긴 노정을 보여주는데 그 길 위에는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그 흔적들이 그의 사유작품들이다. 《숲길》은 진리를 향해 길을 떠나갔던 한 사상가의 고뇌와 숙고의 여정 그리고 그의 소박한 마음을 담아놓은 사유의 귀중한 흔적이다. 이러한 흔적으로서의 《숲길》은 하이데거의 초기 저작인 《존재와 시간》, 그리고 그의 후기 사유의 중심작품이라고 말해지는 《철학에의 기여》, 《이정표》, 《강연과 논문》등과 아울러 그의 5대 주요작품 가운데 하나다.

의식의 숲에서 존재의 숲으로
하이데거가 20세기 사상의 거장임은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그러나 그의 사상은 학계에서도 제대로 이해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몰이해 내지 오해 속에서 그가 존재망각을 넘어서기 위해 평생 걸었던 존재사유의 길 자체가 망각의 늪에 빠지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를 하이데거의 존재사유의 속살로 직접 안내하는 최고의 책《숲길》의 번역은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오늘날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경제논리 시대에 사람들은 철학의 종말과 인문학의 쇠퇴를 유행가사처럼 읊조린다. 그러나 인문학 자체는 책임이 없는가? 하이데거는 이미 오래 전에, 사유해야 할 것으로서의 존재의 진리를 사유하지 않은 인문학 자체에 책임이 있다고 질타한다. 그에 따르면, 형이상학으로서의 철학은 이미 플라톤 이래로 존재망각의 길로 들어섰고, 근대는 마침내 존재의 빛이 사라진 밤, ‘궁핍한 시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 세계의 밤이 초래한  위험을, 물질문명의 과대한 풍요로움과 기술문명의 현란한 질주에 담긴 위험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그 위험을 자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그릇된 사유방식부터 고쳐야 한다. 즉 사유해야 할 것을 제대로 사유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하이데거에서 사유한다는 것은 인간이 의식의 숲에 갇혀 객체로서의 세계를 표상하고 욕구하는 방식으로 사물을 인식하는 행위가 아니다. 의식의 숲에 갇혀 있는 한, 사물은 언제나 왜곡된 방식으로 의식의 좁은 창에 투영되어 나타날 뿐이다. 하이데거는 의식의 좁은 숲에서 존재의 광활한 숲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존재의 숲은 우주만물이 서로 하나로 어우러져 화동하는 가운데 환히 드러나 있는 개방된 존재의 열린 장이다. 인간이 사유한다(denken)는 것은 사태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존재의 개현방식에 순수하게 응대하여 그것을 초연히 받아들이고 감사하는(danken) 행위이다. 철학이란, 존재의 말 걸어옴에 초연히 응답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숲길》에  실린 글들은 모두 존재의 심연에 이르는 길을 마련하고, 존재의 희미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우리에게 촉구한다. 먼저,《숲길》에는 예술의 본질에 대한 그의 유명한 담론인〈예술작품의 근원〉이외에도 서양의 근대적 사유의 본질적 성격을 치밀하게 파헤치면서 비판한〈세계상의 시대〉, 그리고 헤겔의《정신현상학》서론 부분을 존재사적으로 해체하면서 그의 경험개념의 성격을 밝히고 있는〈헤겔의 경험개념〉이 실려 있다. 또한《숲길》에는 ‘신은 죽었다’는 니체의 주장 속에 담긴 니힐리즘의 본질적 성격을 심층적으로 해부하여 비판하는, 니체에 대한 하이데거의 비판적 담론이 실려 있고, 또한 릴케의 만년의 즉흥시를 소재로 삼아, 신이 떠나가 버린 궁핍한 시대에 시인이 떠맡아야 할 사명은 어디에 있는지를 진지하게 숙고한 그의 유명한 릴케 담론〈무엇을 위한 시인인가?〉가 실려 있으며, 마지막으로 그리스 초기 사상가인 아낙시만드로스의 잠언에 대해 기존의 전통적 해석과는 달리 하이데거 특유의 존재론적 해석을 가하면서 해명하는 글이 실려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하이데거는 그 사유에 못지않게 사용하는 언어 자체가 접근하기 어렵다. 그의 사유를 전문가들조차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 주된 요인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역자는 그 난해한 언어를 우리가 비교적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주었다. 10여년에 걸친 번역자의 노력의 결실이다.
옮긴이 머리말  5
예술작품의 근원  15
사물과 작품 23
작품과 진리 51
진리와 예술 81
나중말 116
보탬말 120
세계상의 시대  129
보탬말 161
헤겔의 경험 개념  181
“신은 죽었다”는 니체의 말  307
무엇을 위한 시인인가?  393
아낙시만드로스의 잠언  471
옮긴이 해 제  549
글의 출처에 관하여  609
찾아보기  611
지은이·옮긴이 약력  643
지은이 ㅣ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 
독일 남부 슈바르츠발트의 작은 마을 메스키르히에서 태어나,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신학과 철학을 전공한 후, 마르부르크대학과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다가, 1976년 타계하여 메스키르히에 묻혔다. 그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이성 일변도로 치닫던 서구의 전통 철학을 뒤흔든 20세기 사상계의 거장이며, 현대철학 및 정신문화 전반에 걸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존재론적 차이에 대한 그의 통찰은 데리다의 차연 사상의 모태가 되어, 최근의 포스트모더니즘과 후기 구조주의에게 막강한 영향을 주고 있다. 그의 사상은 문학, 예술론, 언어학, 인간학, 생태학 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기에, 그의 사상을 일별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20세기 정신문화에 대해 논할 수 없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이다. 주요 저서로는《존재와 시간》,《철학에의 기여》,《숲길》,《이정표》,《강연과 논문》,《동일성과 차이》,《언어로의 도상에서》,《니체》,《초연한 내맡김》,《사유의 경험으로부터》,《사유의 사태로》등이 있으며, 1973년부터 그의 강의록이 전집으로 간행되어 현재까지 약 100권이 출간되었다.

옮긴이 ㅣ 신상희
건국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국대 인문과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 Wahrheitsfrage und Kehre bei Martin Heidegger(《하이데거의 진리물음과 전회》, K&N Verlag, 1993),《시간과 존재의 빛: 하이데거의 시간이해와 생기사유》(한길사, 2000),《하이데거와 신》(철학과 현실사, 2007),《하이데거의 언어사상》(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하이데거》(발터 비멜),《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찾아서》(F. W. 폰 헤르만),《야스퍼스》(한스 자너),《동일성과 차이, 초연한 내맡김》(하이데거),《이정표》(하이데거),《강연과 논문》(하이데거),《사유의 사태로》(하이데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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