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
위르겐 하버마스를 뒤이어 프랑크푸르트를 대표하는 철학자인 악셀 호네트가 19세기와 20세기의 철학과 사회비판에서 빠질 수 없는 한 고전적 개념인 게오르크 루카치의 “물화” 개념을 오늘날의 사회적 현실과 학문적 수준에 맞춰 새롭게 해석하고 재활성화한다. 악셀 호네트는 루카치가 제안한 이 개념을 우선 하이데거와 존 듀이의 통찰에 힘입어 재해석한다. 그의 중심테제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 자연 사물들 그리고 우리 자신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평가하기 전에 먼저 인정하는 자세에서 만난다. 우리의 인식과 행동에서 우리가 다른 사람과 자기 자신, 그리고 자연에 대한 이 “선행하는 인정”을 망각할 때 우리는 그것들을 물화하기 시작한다. 호네트는 이 테제를 하이데거나 듀이 같은 유명한 철학자들의 논의에 힘입어 단지 철학사적으로만 정당화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는 발달심리학과 인정이론을 동원하여, 선행하는 인정이 객관화하는 인식에 시간적으로 발생적으로만이 아니라, 개념적이고 체계적으로도 선행한다는 것을 논증한다. 나아가 마지막 장에서 이렇게 해석되고 새롭게 정식화된 “물화” 개념이, 인간의 삶의 가능성을 왜곡하고 제한하는 사회 병리들을 사회학적으로 추적하고 규범적으로 비판하는 데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를 암시한다.
출판사 서평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사람을 물건처럼 다룬다”고 비판하기도 하고, 가끔은 “내가 느낌도 감정도 없는 물건인 줄 알아” 하면서 비인간적 대우에 항의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물화”가 의미하는 바가 분명하고, 우리가 그것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러한 일상적 이해수준을 넘어서 사회비판에서 활용될 수 있는 개념으로서 “물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미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그것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포르노그라피를 비판하면서 그것이 여성을 물화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생태주의적 입장에서 현대인들이 자연을 물화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맥락에서 말해지는 “물화”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규범적 함축을 갖는지는 결코 분명하지 않다.
이 책은 위르겐 하버마스를 뒤이어 프랑크푸르트학파를 대표하는 철학자인 악셀 호네트(Axel Honneth)가 미국의 저명한 태너 강좌(Tanner-Lectures)에 초대되어 2005년 봄 버클리 대학에서 행한 강의에 기반하고 있다. 여기서 그는 19세기와 20세기의 철학과 사회비판에서 빠질 수 없는 한 고전적 개념, 즉 게오르크 루카치(Georg Luk?cs)의 “물화”(物化, Verdinglichung) 개념을 오늘날의 사회적 현실과 학문적 수준에 맞춰 새롭게 해석하고 재활성화하고자 한다.
악셀 호네트는 루카치가 제안한 이 개념을 우선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와 존 듀이(John Dewey)의 통찰에 힘입어 재해석한다. 그의 중심테제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 자연 사물들 그리고 우리 자신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평가하기 전에 먼저 인정하는 자세에서 만난다. 우리의 인식과 행동에서 우리가 다른 사람과 자기 자신, 그리고 자연에 대한 이 “선행하는 인정”을 망각할 때 우리는 그것들을 물화하기 시작한다. 호네트는 이 테제를 하이데거나 듀이같은 유명한 철학자들의 논의에 힘입어 단지 철학사적으로만 정당화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는 발달심리학과 인정이론(認定理論)을 동원하여, 선행하는 인정이 객관화하는 인식에 시간적으로 발생적으로만이 아니라, 개념적이고 체계적으로도 선행한다는 것을 논증한다. 나아가 마지막 장에서 이렇게 해석되고 새롭게 정식화된 “물화” 개념이, 인간의 삶의 가능성을 왜곡하고 제한하는 사회 병리들을 사회학적으로 추적하고 규범적으로 비판하는 데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를 암시한다.
이 책은, 현대의 철학적 논의를 이끌면서 가장 많이 토론되고 있는 살아있는 철학자들 중 한 명인 악셀 호네트의 가장 최근의 책의 첫 번째 외국어 번역이다. 현재 영어, 불어, 이탈리아어 번역이 준비되고 있는데, 저자의 지도로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강병호 씨에 의해 한국어로 가장 먼저 번역되었다. 역자는 저자와의 세미나를 통해 그리고 개인적 토론을 통해 얻어진 저자의 사유에 대한 친숙함을 바탕으로 하여, 저자가 ‘한국어판에 붙이는 글’에서 인정하듯 독일어 원문의 실수를 교정할 만큼 섬세하고 정확하게 번역에 임하였다.
한국어판 출간을 맞아 저자는 “한국어로도 출간되게 되어 매우 기쁘다”면서 “유럽의 정신사적 맥락에서 발전된 자신의 생각이 문화적으로 다르게 형성된 환경에서도 이해하고자 하는 흥미와 관심을 만나게 되기를 매우 희망한다”고 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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