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광고의 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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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명 : 출판저널 게재일 : 1989-02-05 조회수 : 9378 | |
출판저널 | 1989. 2. 5.
출판광고의 격
직업에 귀천을 따로 두어 가리는 것은 온당한 일이 못될 터이지만 나는 평소 출판사업을 하는 이들에 대한 개인적인 존경심을 특별히 만들어 갖고 있는 사람중의 하나이다. 좋은 읽을거리가 무엇인가를 연구하고 그것을 책으로 만들어 이웃들에게 읽히고자 하는 일은 특히 오늘날과 같이 저급의 말초적 문화 지배수단이 판을 치는 시대에서는 무엇보다도 값진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것은 오늘의 시대적인 문명정신을 문화의 차원에서 바로 지켜내기 위한 마지노선이라 생각되기도 하고, 또 그런 이들의 역할분담과 기능이 있기에 우리는 이 황폐한 산업사회의 정신적 구조 안에서 최소한의 인간성이나마 서로 어루만지며 확인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믿음을 나는 갖고 있다. 나 자신도 일주일에 두어 번씩은 버릇처럼 서점가를 얼쩡거리면서 새로 나온 여러 가지 책들을 구경하는 사람이고, 그러다 보니 신문을 펴들어도 책 광고가 실린 페이지는 거의 빼놓지 않고 훑어보는 처지인데, 한 가지 유감스러운 것은 그 광고들을 보는 내 시각 자세에 뭔가 항상 찜찜한 사시(斜視)가 끼어 있음을 스스로 느낀다는 점이다. 그것은 주로 화려하게 마련인 책 광고 내용의 광고언어들로부터 나 자신의 이익을 따져 보호하려 하는 일종의 방어본능 때문이다. 책 광고를 그냥 순수한 의미에서의 신간정보로 수용하지 못하고, 무언가 그것의 내용을 의심하는 버릇이 어느 때부터인지 내게 생겨 있는 것이다. 적어도 그것은 출판광고의 격 내 심성의 비뚤림 탓이 아니다. 그것은 지나간 수많은 세월 동안 참으로 많이도 그 화려한 광고언어들에 의해 속임을 당해 본 경험이 내게 있기 때문이다.
이만재 | 카피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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