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만들기] 통일은 한반도 모든 분야 최상의 조합 만드는 건축
매체명 : 중앙일보   게재일 : 2017-07-15   조회수 : 586
한반도의 평화에 대해 천착한 글들이 많다. 다양한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 만들기』는 저자가 30여 년간 정부 안과 밖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거나 관찰하면서 고민한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국내외 다양한 인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얻은 철학적 경험과 인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 전 세계적인 거버넌스의 위기를 동아시아의 현상에 접목시키고, 이를 한반도의 분단에 대입하여 평화 구축의 길을 찾고자 한다. 또한 사회 내부 현상과 인간의 심성을 평화의 세포 조직으로 본다. 나아가 통일 프로젝트를 한반도라는 부지에 안보와 경제는 물론이고 교육, 복지, 환경, 균형발전 같은 요소들이 최상의 조합을 이루도록 미래를 설계하는 건축가의 작업으로 간주한다. 그렇기 때문에 거대한 동기 유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접근과는 다른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책은 한반도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을 국제사회에 편입시키는 노력을 선행시킬 것을 제안한다. 미국이 대북제재 해제와 관계 정상화라는 기관차를 선로 위에 먼저 올려놓을 때 가능한 구도이다. 그런데 저자의 지적처럼 워싱턴의 한반도에 대한 전문적 이해와 장기적 비전은 빈약하다. 기본적으로 미국이 남·북한을 엄연한 별개의 두 국가로 간주하려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중국도 늘 한반도를 넘어 일본과 미국을 염두에 두고 행동한다.
 
한국이 이런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상을 넘어서는 영감과 치밀한 결기가 있어야 한다. 저자는 그 일환으로 동북아 전체를 포괄하는 제2의 6자회담을 제안하고 있다. 사실 2005년의 9·19 공동성명에서 6개국은 북한의 핵 포기에 상응하여 관계 정상화와 경제협력,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과 동북아 다자 안보협력에 합의했다. 이 합의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공존의 밑그림으로 간주되었다. 문제는 합의가 아니라 이행이 요체이고, 중국의 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중국은 원유공급 중단 같은 제재 이전에 미국이 대북 관계개선을 먼저 시도할 것을 요구한다. 사드 배치는 이런 선후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저자가 동아시아 평화의 핵심으로 보는 미·중의 이해관계가 서로 물러설 수 없을 만큼 첨예하게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형국을 맞아 지금 정부가 한반도의 주도권 행사를 내걸었다. 올바른 길이고 미국과 중국도 표면적으로 늘 지지해온 원칙이다. 그러나 주한 미군의 기능, 미·북 수교 그리고 평화체제라는 문제의 본질에 들어가면 사정은 달라진다. 더욱이 평양이 사탕을 주겠다는 서울보다는 매를 들겠다는 워싱턴을 상대하겠다는 데서 좌절과 악순환은 이어진다. 그럼에도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남북관계를 정권 홍보용 단기적 사업 기회로 활용하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날 때 한반도 문제를 주도할 수 있는 좁은 문이 열릴 수 있다.
 
책은 저자가 두 번에 걸쳐 ‘평화 오디세이’ 일정으로 각계 인사들과 함께 북·중 접경지역과 러시아 연해주 일대를 돌며 가진 토론을 주요 바탕으로 삼았다고 한다. 오디세우스는 10년에 걸쳐 고향 이타카로 가는 방황의 길목에서 온갖 신들의 비위를 맞추어야 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목을 주시하는 주변의 행위자들과 타협하는 과제가 무겁기만 한 때다. 이 책은 새 정부가 당장의 숨 가쁜 상황에 매몰되지 말고 앞으로 5년과 그 넘어 펼쳐질 한반도와 동북아의 지평을 아우르는 생각의 지도를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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